일본의 무비자 제도 복원 등 관광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행 업계 상장사들의 ‘관리종목’ 지정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고환율과 고물가 악재가 그나마 살아나고 있던 해외여행 분위기 전체를 억누르면서다.
27일 여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행사들의 해외 송출 실적 발표가 뚝 끊겼다. 지난주만 해도 여행사들은 ‘최근 일본 등 해외여행 예약이 몇백 퍼센트씩 늘어났다’면서 경쟁적으로 실적 자료를 내놓았었다. 이는 이달 22일 일본 정부가 10월 무비자 입국 회복을 발표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최대 악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고환율과 고물가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서면서 고물가 등 비용 증가 우려로 해외여행 수요가 주춤하다”며 “특히 일본의 경우 무비자 재개로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개별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예약이 일부 취소되는 것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여행사들의 최대 수익원은 해외여행 송출이다. 생각만큼 빨리 늘지 않는 항공편도 부담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8월 기준 일본행 항공편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3.2%에 불과했다. 여행 희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항공사들이 서둘러 증편에 나서고 있지만 연말에도 회복은 5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부 상장 여행사들의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매출이 30억 원 미만이거나 최근 4개 사업연도 영업손실을 본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2020년부터 ‘죽을 쑨’ 여행사들은 대부분 올해도 영업손실이 확실하고 이어 내년에도 적자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말 이후 여행사들의 주가가 폭락했다가 27일에야 겨우 반등에 성공했다.
현재 노랑풍선이 지난해 ‘30억 원 매출’ 기준을 하회해 올해 3월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모두투어나 참좋은여행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하나투어·롯데관광개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관리종목 지정 규정을 완화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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