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 '미국산 B·B·C'…그 다음은 우리에게 달렸다

美 보호무역주의에 주력산업 휘청

동맹국 배려 기대는 순진한 시각

최강국 美와 기업유치전 벌일판

노동·세제 등 규제개혁 서둘러야





김민형 바이오부장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반도체 기업 글로벌웨이퍼스를 설득해 당초 한국에 세우려던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세계 3위 웨이퍼 제조 기업이다. 7조 원대 투자로 미국 내 1500개 일자리를 만들고 연 120만 개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법’을 통과시키고 정부 차원의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선 미국에 우리나라는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당한 셈이다.

현대차(005380)는 2025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전기차 ‘EV9’ ‘아이오닉7’을 생산하려던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중국산 핵심 광물 및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현대·기아(000270)차는 전기차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투톱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원투펀치’를 맞았다. 재계에서는 “동맹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해외 순방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내 업계의 우려를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11월 중간선거 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너무 순진한 전망이다. 미국은 ‘선거의 나라’다. 2년 후에는 또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2일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정책을 바이오산업으로 확장했다.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역량 강화 △다양한 숙련된 인력 양성 △바이오 제품 규제 간소화 △미국 바이오 기술 생태계 보호 등이 담겼다. 미국 내 바이오 생산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혼란 그 자체다. 미국 현지 생산 시설 투자를 검토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계산기를 더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했고 미국 생산 시설 계획이 없었던 셀트리온(068270)은 “인센티브 제도를 검토해 유리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현지 생산 시설 여부에 따라 주가가 갈렸다. 해외 바이오 기업의 국내 투자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같은 값이면 한국보다 미국 투자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BBC(Bio·Battery·Chip)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미국이 글로벌 유망 산업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그런 미국과 비교해 기업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인기는 어떨까.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6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안타깝지만 한국 기업들에마저 인기가 없는 것이다. 이유는 수년째 똑같다. 노동 규제가 29.4%로 가장 많았고 법인세 등 세제(24.5%), 환경 규제(16.7%), 수도권·입지 규제(13.1%) 등이 뒤를 이었다.

버겁지만 이제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기업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 “동맹국인 한국의 사정을 알고 있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연이은 말들은 외교적 레토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 기업들에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첫걸음은 이미 정답이 나와 있다. 기업들은 꾸준히 노동·세제·환경 등 규제 개선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요구해왔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든 정권은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역시 규제 개선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5년 후 설문조사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까. 만약 그때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핵심 기업들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