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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곳만 자사주 일일 매입한도 넘겨…주가부양 취지 무색

[일일 자사주 취득 규제완화 석달]

증시안정 대책 일환 내세웠지만

경기 침체에 대규모 매입 부담

1% 제한 풀린 신탁취득 방식도

자사주 매입은 코스닥社 1곳뿐

한도 넘겨 자사주 산 상장사는

되레 하락세…주가 방어 실패





금융 당국이 3개월 전 증시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상장사들의 하루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했지만 이에 응한 상장사들은 1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 우려도 커지면서 자사주를 한꺼번에 대규모로 살 유인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기업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실질적인 주가 부양 효과도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일일 자사주 매입 한도를 전면 해제한 7월 7일 이후 이날까지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는 총 1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건)의 두 배를 웃돈다. 그러나 기존의 자사주 매입 한도(신고 주식 수의 10%)를 넘겨 직접 취득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체결한 코스피 상장사는 1곳, 코스닥 상장사는 1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 취득 방식의 경우에도 발행주식 총수의 1% 제한이 사라졌지만 이 범위를 넘어 자사주를 취득한 곳은 코스닥 상장사 엘엠에스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자사주 매입 한도 완화는 증시 급락 시점에 한번에 대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는 길을 터줘 주가 방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취지와는 달리 실제 시장 반응은 미미했던 셈이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융위가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하자 불과 한 주 동안 동국제강·SK증권 등 코스피 21곳, 코스닥 19곳이 기존 매입 한도를 넘어 자사주를 취득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상황이 지속되고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상장사들은 대량의 자사주를 단기간 내 취득하기보다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증시가 단기 급락했던 2020년에는 자사주 매입 한도 완화 조치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와 함께 증시 추가 하락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무엇보다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주 환원 여력이 있는 상장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한도를 넘겨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들의 주가 부양 효과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6일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187만 5894주를 사들인 신원은 이날까지 주가가 9.17%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9.61%)에 근접한 것으로 대량으로 자사주를 매입했음에도 주가 상승 효과는 누리지 못한 셈이다. 폴라리스우노·SDN 등 16곳은 기존 한도를 초과해 자사주를 체결했다는 공시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평균적으로 14.19% 하락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정도로 해석된다. 실질적인 주가 부양이 이뤄지려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주식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위가 28일 발표한 증시 안정 방안에서 자사주 매입 한도 확대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금융투자 업계는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김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한도 완화 조치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며 실제로 이에 응할 기업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는 결국 기업의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팬더멘털(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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