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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8월 -14%…4분기도 무역적자…"워룸 가동, 액션플랜 내놔야"

[퍼펙트스톰 덮치는 韓경제]

◆위기감 없는 '尹 경제팀'

외환보유액 등 건전성 괜찮다면서

복합위기에 한박자 늦은 대응 고집

달러 조달시장 핵심지표도 적신호

공매도 금지·증안펀드 즉시 시행

회사채 경색에 '채안펀드'도 필요

전문가 "가용수단 총동원" 지적





추경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 외환 당국의 ‘실세’로 통하는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방문했다. 김 차관보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면서도 아직은 금융위기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외환보유액과 국내 은행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주요 지표가 여전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시장이 느끼는 위기감은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29일(현지 시간) 한 방송에 출연해 “지금 2007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불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대에 머물던 지난해 2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한 세대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예고해 인플레이션 논쟁을 촉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퍼펙트 스톰’을 맞이한 가운데 정부 대응에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불을 꺼야 할 상황에서 한 박자씩 늦은 대응만 고집하다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당장 우리 경제 안전판인 경상수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초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경상수지가 흑자여서 괜찮다”고 설명했지만 한국은행은 불과 한 달 만인 7일 브리핑에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 후 위기의 불길이 급속히 번졌던 경험을 갖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속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4.2%나 줄었다. 2008년 12월(17.5%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반면 반도체 재고는 전년 대비 67.3% 증가했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14 감산을 선언하고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내년 설비투자를 30% 줄이기로 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든 지표가 안정적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일부 지표는 벌써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달러 조달 시장에서 핵심 지표로 통하는 ‘베이시스스와프’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베이시스스와프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나 최근 들어 이 지수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스와프베이시스는 달러스와프(CRS) 금리에서 국내이자율스와프(IRS) 금리를 뺀 값인데 8월 초 -95bp(1bp=0.01%포인트)에서 29일 기준 -171bp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그만큼 달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외화 유동성이 굉장히 나빠지는 모습”이라며 “정부가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한 비관론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와 증시안정펀드 재가동 등의 조치가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가 하락 속에 우리 증시의 일일 거래 대금은 연초 20조 원에서 최근 13조 원 규모까지 줄었으나 공매도 규모는 이달 들어 일일 6253억 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코스피 전체 거래 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1%에 이른다. 특히 기업의 자금 줄인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국고채 매입 조치 등에 이어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도 검토할만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거대 야당도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종합부동산세 3억 원 특별공제와 법인세 완화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종부세 인하는 야당 반대 속에 사실상 폐기됐고 법인세 역시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고환율·고물가 속에 부동산 가격 하락도 본격화되면 경제 전반에 총체적 어려움이 닥치게 된다”며 “금융위기에 특효 처방이라는 게 있기는 어렵지만 기업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 전반의 체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속도전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기왕 금리를 올릴 거라면 10월 금융통화위원회(12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긴급 금통위를 열어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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