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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경쟁국들 반도체 기술패권에 사활…K칩스법 서둘러 통과시켜야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尹정부 임기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좌우하는 골든타임

중국 수출 비중 낮추고 베트남·태국 등 수요처 늘려야

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 진출로 초격차 기술 확보하고

지자체와 기업·대학 연계 아카데미 설립해 인재 키워야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가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경쟁국들은 반도체 기술 패권에 사활을 걸고 국가 대항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반도체지원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의 여파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위협받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혹독한 ‘반도체 겨울’마저 예고되고 있다.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경쟁국들은 반도체 기술 패권에 사활을 걸고 국가 대항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반도체지원법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골든타임과 맞물려 있다”면서 “범국가 차원에서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인재 양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세계화 추세에 맞춰 철저한 분업 구조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주력해왔고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제조를 담당해왔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설계 및 제조를 맡아왔다. 하지만 기술 패권 전쟁이 가열되면서 주요국들은 자체 제조 능력을 갖추는 등 보호무역주의로 기울고 있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끌어들여 미국에 초미세 공정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중국은 미국의 잇단 제재에도 꾸준히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는데.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반도체특위 위원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두 가지 위기를 설명했다. 우선 중국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방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도 치고 올라온다는 사실을 우리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도 중요한 변화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등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나 국회·대학 모두 위기의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업만 답답하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우리가 우위를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불안하다는 우려가 높은데.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에서 중국에 뒤처진 지 오래다. 세계 선두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1년 남짓이고 D램 분야의 격차도 4~5년 정도로 줄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초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시장점유율 차이가 2년 안에 3%포인트 내로 좁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느긋하게 10년 뒤를 준비할 때가 아니다. 한국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메모리 반도체를 키우려면 초미세 공정 확보와 생산 수율 고도화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확대해야 한다.

-한국이 레거시(구형) 반도체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레거시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70~80%의 전자 제품은 레거시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은 초미세 공정 위주로 투자하고 DB하이텍이 레거시 공정 위주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가 차원에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투자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은 제품 경쟁력의 열쇠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떠받치는 핵심 기술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다. 이런 점에서 파운드리(위탁 생산)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팹리스(설계 전문) 육성도 새로운 제품 수요에 맞춰 다품종 소량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팹리스 기업을 지원할 때 자유 공모제를 대폭 늘리고 수요 기업과의 공동 기획을 의무화해야 한다. 실제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세금 감면 혜택 등을 통해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평소 2025년이 반도체 산업의 분수령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삼성은 물론 TSMC·인텔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2025년쯤 준공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반도체 공급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을 낮추고 수요처를 다각화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아시아권으로 수요처를 늘려나가야 한다.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이 현장과 따로 논다는 비판도 높다.

△정부는 국책 과제를 수행할 칩 설계 업체를 선정해 개발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눠 먹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집중 지원을 통해 우수한 능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이 몰리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한계 기업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개발 난도가 낮은 과제들이 남발되고 있다. 기업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을 지원하되 실패해도 괜찮으니 도전하라고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번에 국민의힘 주도로 마련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K칩스법)의 의미는.

△이 법안은 주요국과 경쟁할 만한 최소한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만들어졌다. 세계 주요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용인 반도체특화단지(클러스터) 프로젝트는 3년째 착공식도 못 하고 있다. 여주시가 공업용수 취수에 동의하지 않아 발목이 잡혔다. 이런 모래주머니를 차고 어떻게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겠는가.



-K칩스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법안의 핵심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에서 특화단지 조성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6~16%인 세액공제율도 대기업 20%, 중견 기업 25%, 중소기업 30%로 각각 상향 조정해 투자 여력을 늘려준다. 법안에 넣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빠른 국회 통과를 목표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내용부터 담아 발의했다. 8월 4일 법안이 발의됐는데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초당파적으로 K칩스법을 조속히 처리해 반도체 산업의 기술 우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쟁국들은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는데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높다.

△무엇보다 K칩스법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으로 기술과학특별보좌관을 둘 필요가 있다. 관련 부처에서 올라오는 방안들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보좌관은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속도감 있게 나서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우리도 일사천리로 움직여야 한다.

-반도체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대책에 대한 평가는.

△정부는 10년 동안 15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최근 내놓았다. 목표는 거창하지만 구체적 실현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올해부터 3년 후에 걸쳐 기간별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10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3~4년이 훨씬 중요하다. 당장 위기를 맞고 있는데 느긋하게 10년 뒤를 준비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은 설계부터 공정·소재·테스트·패키징·생산 장비 등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체계적으로 종합적인 인력 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분야별로 전문대학원을 별도로 세워 당장 활용 가능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르칠 교수들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부는 교원만 확보하면 반도체 학과의 신·증설을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최대 난제가 바로 교수 인력 부족이다. 학계는 물론 산업계의 최고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변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반도체 인력이 많이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기업 출신의 교수들을 확보해 정년이나 임금체계 등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하면 인력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 과정에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한데.

△지방자치단체와 산업체·대학이 한 몸처럼 움직여 전문 분야별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예컨대 1년 단위의 반도체 설계 아카데미를 만들어 실습을 위주로 교육하고 기업과는 인턴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가천대의 경우 팹리스협회·반도체공학회 등이 힘을 합해 설계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논산시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논산시는 건양대와 함께 지역 특성에 맞게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통해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선도적인 모범 사례들이다.

◆He is…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인창고와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종합연구소·통신연구소를 거치며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한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다. 2014년부터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AI·IoT교육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현재 반도체공학회 부회장과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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