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이달 말 차기 외부 감사인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개최한다. 11월 1일 창립 53주년을 맞는 삼성전자가 회계법인들 간 ‘경쟁’을 통해 외부 감사인을 뽑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회계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영 투명성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대내외적 시그널을 분명히 해 반기는 분위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일PwC와 삼정KPMG 등 대형 회계법인들에 외부 감사인 선임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17일까지 입찰 신청을 받은 후 이달 말 경쟁 PT를 열고 11월 초 향후 6년간 회계 감사를 맡게 될 법인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회계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감사인 선임이 경영 투명성 강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국내 대표 기업이 경쟁과 자율의 원칙 아래 외부 감사인을 선정하는 만큼 재계 전반으로 이 같은 풍토가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외부 감사인 선정·평가 항목으로 대(對)감사위원회 의사소통 방식과 품질관리 및 심리 절차, 감사 방법론, 분야별 감사 계획, 투입 감사 시간·인력 등을 제시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사인을 최종 선발한다고 천명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을 통한 외부 감사인 선정의 권한도 감사위원회에 완전히 넘겨 감사위의 독립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감사위는 기업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이사회 내 기구로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이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이 각각 감사위원으로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면서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 제정 이후 외부 감사인의 독립성을 정부가 강조하는 기조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재경팀은 RFP 배포 이후 회계 업계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외부 감사인 선정과 관련해 실무를 제외한 회계법인 평가와 선정은 온전히 감사위 권한으로 재경팀 등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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