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 감정·숫자를 다스리는자, 세상을 지배한다

■슈퍼 팩트

팀 하포드 지음, 세종서적 펴냄

어떤 정보에 극단적 감정일 때

이성 마비되고 팩트 체크 회피

세상 돌아가는 상황 구체화한

통계·도표 알면 미래 예측 가능

시각·영향력 넓혀주는 호기심

富·삶의 질 향상에 필수요소





# 1.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17세기 화가 페르메이르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던 아브라함 브레디우스는 1937년 ‘엠마오에서의 저녁 식사’라는 위작을 페르메이르의 진품으로 판정한다. 그림 구성은 서로 누가 봐도 달랐지만 브레디우스는 확신했다. 이는 자신이 전문가라는 자만심의 감정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80여 년 동안 쌓아 올렸던 명성을 한순간에 잃었다. 금융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희망 회로’ 때문이다. ‘유식한 바보는 무식한 바보보다 잘 속는다’는 말이다.



17세기 화가 페르메이르의 대표작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위작인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그림. 터무니없는 위작을 진품이라고 판정하면서 당시 최고의 '페르메이르 전문가' 아브라함 브레디우스의 명예는 크게 훼손됐다.


#2. ‘백의의 천사’로도 불리는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사실은 능숙한 통계 사용을 통해 영국의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는데 이바지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개별의료 기관의 치료 숫자를 시각화 한 ‘장미 도표’라는 인포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19세기 중엽의 낙후된 의료시스템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의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나이팅게일은 데이터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인포그래픽이라는 것은 이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진 설명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초상과 그녀가 19세기 중엽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만든 '장미 도표' 인포그래픽. 그녀는 수치를 이미지화해 대중을 설득시켰다.


최근 번역된 ‘슈퍼 팩트'(원제 How to make the world add up)는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 칼럼니스트 팀 하포드가 다양한 동서고금 사례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배하는 숫자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 준다. 저자에 따르면 ‘슈퍼 팩트’는 정보에서 진실과 거짓을 한눈에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는 ‘슈퍼 팩트’를 갖기 위해 숫자가 말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고 감정에 지배되는 대신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슈퍼 팩트를 몸에 익히면 미래를 내다보는 ‘초예측자’가 될 수 있다”라고도 한다.



여기서 숫자는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통계·도표를 말한다. 또 감정은 우리가 중요한 정보를 얻었을 때 느끼는 분노, 환희, 격정을 일컫는다. 저자는 “정보 앞에서 감정적 반응이 극단적일수록 이성이 마비되고 팩트 체크를 회피하게 된다”고 지적하며 “이성 대신 작동하는 것은 ‘타조 효과’라고 불리는 불안 회피와 편향된 희망 회로다. 그 결과로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까지 곧잘 사기를 당한다.

저자는 ‘슈퍼 팩트’를 갖기 위해서는 ‘10가지 법칙’을 익힐 것을 주문한다. 세부적으로 △ 강렬한 감정은 일단 내려놓고 △ 개인적인 경험에 반하더라도 숫자를 존중하며 △ 용어와 숫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 데이터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배경과 맥락을 보고 △ 매우 놀라운 뉴스는 아주 드문 우연이나 행운 때문일지 모르니 출처와 내용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또 △ 통계와 데이터에 보이지 않는 다크데이터가 없는지 살펴보고 의도를 추적하며 △ 인공지능, 알고리즘, 빅데이터는 딱 인간 만큼 편향되고 왜곡되므로 인간의 선택을 미루지 말고 △ 통계와 집계를 무시하고 냉소하는 대신 신뢰하고 이용하며 △ 자극적이고 현란한 도표에 현혹되지 말며 △ 정보가 바뀌면 결론과 선택을 바꿔라 등이다.

‘슈퍼 팩트’를 얻기 위해 위의 10가지가 많아 보인다면 어떻게 하나. 저자는 적어도 한 가지 만은 명심하라고 말한다.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 뿐 아니라 그 너머까지 시각과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도와준다. 부의 상승과 질 높은 삶을 이룰 수도 있다.

책은 ‘슈퍼 팩트’ 유무의 사례로 20세기 초반 최고의 경제학자들인 어빙 피셔와 존 메이너스 케인스를 비교한다. 둘 다 당시 뛰어난 경제학자이자 금융투자자, 저명인사였지만 최후는 달랐다. 중요한 분기점은 1929년 대공황에 따른 금융시장 붕괴었다. 변화에 적응하며 투자 전략을 바꾸는 데 두려움이 없던 케인스는 끝까지 성공사례로 남았지만 독불장군 고집을 피운 피셔는 실패하고 역사에서 잊혀졌다.

저자는 ‘천재적인 경제 스토리텔러’로도 불린다. 이 책은 지난 2020년 타임스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사들의 ‘최고의 통계 지침서’라는 평과 함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9년 집필 과정에서는 “경제적 이해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도 받았다. 2만 1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세종서적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