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회사의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뭉쳐 목소리를 키운다. DB하이텍(000990)·풍산(103140) 등 물적 분할 관련 이슈가 생겼던 회사의 주주들이 공식 단체를 만들었다. 정치권을 향한 목소리가 덩달아 커지면서 물적 분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별회사마다 물적 분할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액주주연대들이 몸집을 키우기 위해 최근 통합됐다. 공식 단체명은 ‘물적분할반대주주연합’이다. 최근 물적 분할을 추진하다가 된서리를 맞은 DB하이텍·풍산의 소액주주들에 더해 한국조선해양(009540)·SK이노베이션(096770)·후성(093370)의 주주들이 참여했다. 자회사인 라이언하트스튜디오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293490) 역시 최근 추가됐다. 이날 기준 주주연합 참여 주주들은 1900명을 웃돌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기로 한 배경에는 몸집을 불려 주주의 목소리를 키우려는 취지가 있었다. 아울러 각 회사별 물적 분할 대응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물적 분할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지금까지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대외적 활동은 개별회사에 한정돼 진행됐지만 언제, 어느 회사에서 추진될지 모르는 물적 분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물적 분할을 철회한 DB하이텍과 풍산의 소액주주들이 연합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덩치가 커진 주주연합의 활동은 벌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물적 분할에 대해 국민연금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질의했는데 사전에 소액주주연합과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자금 조달을 위해 물적 분할이 악용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물적 분할 추진이 알려진 뒤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민연금의 손실이 1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LG화학·DB하이텍·풍산·한국조선해양·후성·SK이노베이션의 물적 분할 추진 사실이 공개된 뒤 주가 하락률을 계산했을 때 9306억 원의 손실이 났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대기업의 물적 분할로 인해 국민연금의 손실액이 1조 원에 이르는 것은 큰 문제”라며 “2대 주주인 연기금이 인적 분할을 주장하는 등 제 역할을 해 국민의 노후 자산 손실을 방지함은 물론 연금 가입자인 1400만 소액주주들의 부당한 경제 손실을 막는 데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연합은 주주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큰 물적 분할보다는 인적 분할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해나갈 방침이다. 우선 DB하이텍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적 분할을 제안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적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