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종북·공산주의자 발언이 노사정 합의틀이란 ‘경사노위 뼈대’까지 흔들고 있다. 노동계가 경사노위에서 탈퇴할 수 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사노위 본위원회 근로자 대표 중 한 명인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전일 김 위원장의 발언은 통합과 연대해야 하는 측면 등 전반적으로 부적절했다”며 “(경사노위 본위원회) 탈퇴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근로자대표인 문현군 전국노동평등노동조합 위원장도 “(탈퇴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김 위원장이) 왜 그렇게까지 발언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단 두 단체장은 탈퇴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사노위는 조직 내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본위원회로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근로자대표(4명), 사용자대표(5명), 공익위원(4명), 정부위원(2명)으로 구성된다. 노사정 협의와 합의를 위해 동수로 배분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1999년 탈퇴하면서 근로자대표는 4명인 상황이다.
현재 근로자대표들의 경사노위 탈퇴가 가시화될지는 한국노총이 칼자루를 쥐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본위원회 위원 구성을 봐도 근로자대표 4명 중 2명은 각각 한국노총 위원장과 상임부위원장이다. 한국노총 산하인 전국노동평등노조까지 합치면 4명 중 3명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6일 김 위원장과 첫 면담 자리에서 "한국노총은 대화의 문을 열지만, 정부가 경사노위를 정책관철 도구로 전락시킨다면 특단의 선택도 할 수 있다"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특단의 선택’은 경사노위 탈퇴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김 위원장에 대한 우려 수위를 전보다 높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위원장은 대화를 이끌고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이해를 못하는 위원장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만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서 탈퇴를 결정한다면 경사노위의 노사정 협의체는 사실상 깨진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전체 노조 조합원의 82%를 차지하는 양대 노총이다. 이 때문에 두 노총을 제외하고 정부와 마주할 노동계를 대표할 조직이 없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한국노총 탈퇴의 변수는 김 위원장이 노동계 보다 경영계의 입장을 더 대변할 수 있는 행보를 예고한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나 노동조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계가 제정을 원하지만, 경영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법이다.
김 위원장은 전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했다. 환노위 위원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과거 종북이라고 평가한 글도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환노위는 발언들이 부적절했다며 김 위원장을 국감장에서 퇴정시켰다. 이날 민주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자진 사퇴까지 촉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도 한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면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주의자’란 평가를 바꾸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