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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들이 중 차선 변경 교통사고, 누가 잘못한 건가요?[도와줘요, 손해보험]

과실비율분쟁심의사무국 이현희 팀장





# “제가 과실이 있다구요?” 토요일 오전,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가족과 영종도 바닷가로 나들이를 가던 중이었다. A씨는 1차로에서 직진을 하고 있었고, 바로 옆 2차로에서 주행하던 B씨는 다음 신호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1차로로 차로를 미리 변경하려했다. B씨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왼편으로 핸들을 꺾었다고 생각한 순간 A씨 차량의 앞 범퍼와 B씨 차량의 운전석측 뒷문이 맞닿으며 큰 충격음이 들렸다. 사고가 발생하자 A씨와 B씨 모두 차량에서 내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나한테 과실이 있다는 거죠?


지난 편에서 교통사고 과실분쟁해소를 위한 팁을 전했다면 이번에는 자주 발생하는 교통사고 분쟁 사례를 살펴보고 과실비율 산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사고에서의 과실이란, 사회 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뜻한다. 피해자인데 과실이 있다는 것은 자동차를 운전한 사고 당사자가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안전운행을 이행했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당사자 개개인의 생각은 다르다. 본인이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유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서울대학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분쟁 심의위원회로 심의청구된 건 중에서 본인이 피해자라 생각하는 경우가 82.8%에 달한다. 교통사고 발생후 분쟁 당사자가 되면 10명중 8명은 ‘상대방이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또는 ‘왜 저렇게 운전해서!’ 라며 본인이 피해자라 생각하고 억울함을 느낀다는 의미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고 당사자 양자 간의 합의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분쟁 심의위원회’다. 심의위원회는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과 법원의 판례를 반영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참고해 심의를 진행하게 된다.

과실비율 분쟁이 특히 많이 발생하는 진로변경 사고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실제 심의 사례를 살펴보자.



A차량 운전자는 B차량 운전자가 급하게 진로변경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본인의 무과실(A 0 : B 100)을 주장하였고, B차량 운전자는 정상적으로 진로변경을 하는 본인의 차량을 A차량이 뒤에서 일부러 가속, 충격해 발생한 사고로, A 40 : B 60의 과실비율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심의 결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252를 참고하고 양 차량의 제출 증빙을 확인한 결과, 진로변경 B차량의 과실이 더 크나, A차량도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B차량이 차로(진로)변경을 하면 감속 또는 제동 등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에, A 직진차량의 과실비율을 30%, B 진로변경차량의 과실비율을 70%로 정하고 양측 사고 당사자에게 안내하였다. 처음에는 본인의 무과실(A 0 : B 100)을 주장하였던 당사자도 본인의 전방 주의의무 소홀이라는 합리적인 심의결정에 납득했으며, 서로 원만히 합의해 분쟁이 종결됐다.


심의위원회는 100:0 결정을 일부러 안 낸다는 게 맞나요?


심의위원의 입장에서는 심의 청구된 사고 하나하나가 본인에게도 중요하다. 양측의 주장사항과 제출된 영상이나 사진과 약도,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인터넷 로드뷰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변호사로서의 사명과 양심이 그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심의위원의 심의 결정이 각 건마다 보험사를 통해 사고 당사자에게 안내되기 때문이다. 사고 당사자의 마음속 심판대에 올라서게 될 심의위원 본인이 떳떳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정하고 타당하게 심의결정을 해 놓는 것이다.

사고 당사자 누구나 억울하다. 그래서 심의위원에게는 100:0과 90:10의 판단이 똑같이 다 어렵다. 하물며 본인의 사명과 양심을 저버리고 소비자의 불만 민원제기를 각오하고서 일부러 100:0을 90:10으로 결정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심의위원회가 100:0 결정을 내린 실제 심의 사례를 살펴보자.



A차량 운전자는 본인이 차로를 변경하려 했으나, 뒤에서 직진하던 B차량이 갑자기 가속하여 뒷부분을 충격한 사고(참고기준 252 해당)라 주장하며 A 40 : B 60의 과실비율을 주장했다. B차량 운전자는 정체도로에서 대기중이던 A차량이 급히 진로를 변경하며 B차량을 충격하여 발생한 사고(참고기준 252-3해당)로 A 100 : B 0 의 과실비율을 주장했다.

같은 사고에 대해 A, B 양 차량 운전자가 전혀 다른 사실 관계를 주장하고 있었다. 심의위원은 블랙박스 동영상 등 자료를 참고해 참고기준 252-3에 해당하는 사고로 A 100 : B 0 로 결정했다. 정체차로에서 진로변경한 A차량이 도로교통법 제19조 제3항에 정한 진로변경 방법을 위반하여 사고를 일으켰고, 직진한 B차량으로서는 정체구간 등에서 대기 중 갑자기 진로변경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운 점, 진로변경 A차량의 앞부분과 직진 B차량의 왼쪽 옆 부분이 충돌한 점을 종합하여 판단한 결과이다.

A차량 운전자는 B차량 운전자가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심의를 재차 요청하였고으나, 변호사 4명이 함께 판단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A 100 : B 0 이었다. 두 차례 모두 100:0 으로 심의결정된 사례로 한쪽을 무과실로 판단하려면 그만한 법령상 근거와 사고 상황별 특수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과실비율 분쟁은 과실비율 분쟁 소송에 숙련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50명의 변호사가 심의를 수행하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판단한 과실비율이 믿을만한지 묻는다면 소비자가 심의결정을 수용해 합의한 비율로 대답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사고 당사자의 91.4%, 즉 10명중 9명은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합의해 결과적으로 분쟁이 해소됐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심의위원회의 심의결정을 높게 신뢰하고 있다고 미뤄 생각할 수 있다.

교통사고의 사고 당사자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심의결정은 존재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는데 합의가 쉬울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전 당사자간 서로 양보하고 분쟁 해소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원회를 통해 서로 조금씩 상대방의 입장과 본인의 과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91.4%의 사고 당사자가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실비율을 따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몸도 다치고 차도 망가진다는 점에서는 결국 양측이 다 사고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양보운전, 방어운전이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실비율분쟁심의사무국 이현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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