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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북핵 새로운 단계 진입…핵 공유 요구하고 3축체계 강화해야”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北 연쇄 도발로 국제사회 양보 겨냥해 핵무력 완성 과시

새로운 대북 전략 짜고 美에 전술핵 재배치 등 요청해야

북핵 억지력 충분히 키운 후 통제·감축·폐기로 전환 필요

연내 핵실험으로 긴장 최고조 우려…맞대응 의지 보여야

야권의 ‘친일 국방’ 주장은 국가 안보 위태롭게 만드는 것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기는 발생한 지 30년가량 지났지만 오히려 악화됐다”며 “북한의 핵무기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대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전투기 출격, 해상 포격 등의 도발을 계속 이어가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대회가 진행되는데도 거침없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핵·미사일을 고도화한 김정은 정권은 머지않아 7차 핵실험 등으로 핵 보유 기정사실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한국과 미국도 북핵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며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거침없이 도발하는 북한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핵 무력 완성을 과시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전술핵 운용 부대를 완성해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을 골자로 한 한국의 3축 체계를 뚫을 수 있고 한미일 안보 공조에도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틈새를 핵 무력 완성과 과시의 적기로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다. 대내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국경 봉쇄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반한 민심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남측을 겨냥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보수·진보의 갈등을 키우려 한다.

-다양한 미사일 발사와 전술핵 부대 운용 등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3축 체계 강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미국의 정보 자산이 뛰어나지만 10%만 파악하지 못해도 핵무기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정치 이론에서 핵무기는 핵무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 상대가 핵무기로 공격했을 때 살아남은 핵전력으로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이 완성되면 서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핵 공격을 받을 때 우리 대신 핵을 포함한 모든 무기로 반격해주겠다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ence)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문제는 우리가 언제나 미국을 100%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주요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으로 뉴욕·워싱턴·LA를 희생하면서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미국은 1991년 냉전이 붕괴된 후 핵 정책을 바꾸면서 미국 밖에 있는 웬만한 핵무기는 철수시켰다. 전술핵은 괌에도 없다. 현 상태에서 주력인 공중 투하형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서 활용하려면 미국에서 수송해오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역내에 핵무기를 배치해 즉각적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돼야 핵 억지력이 생긴다. 나아가 핵무기 운용의 최종 결정은 미국이 하더라도 결정 과정에 동맹국이 관여하는 나토식 핵 공유 협정도 맺어야 한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 운용 부대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명시적으로 발표했다.

△전략핵무기는 억지력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전술핵무기는 전장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세가 불리해지니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전술핵무기의 폭발력은 5~10킬로톤(kt) 정도인데 재래식무기의 위력은 2kt을 넘지 않는다. 이런 강력한 핵무기를 북한이 쓰겠다고 했으므로 굉장히 시급한 문제다. 북한은 남한이 선제 타격을 했을 때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별 의미가 없는 얘기다. 상대가 먼저 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언제든지 쓸 수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말뿐인 약속은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지키지 않을 위험이 있다. 한국의 확고한 핵 억지력이 북한의 비핵화에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을 설득시켜야 한다.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이 핵 무장을 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거기까지 가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핵 무장을 실제로 진행할 경우 중국이 엄청나게 반발하고 일본과 대만 등에서 핵 무장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은 심지어 사드(THAAD)를 한국에 들여왔을 때도 난리를 쳤다. 일본이 핵 무장을 하면 미국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가능한 핵무기를 독점하려고 한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떠나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야 한다. 그전에는 독자적 핵 무장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실질 효력을 지니는 핵우산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내부적으로 핵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3축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친일(親日) 훈련’이라고 비난했는데.

△야권은 ‘보수 정권이 강경책을 쓰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던 1993년 이후 30년가량 남한에 보수·진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지 핵 개발을 중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야권은 북한을 ‘주적’이 아니라 자주와 민족 대단결이라는 대원칙하에 평화통일을 해야 하는 ‘형제’라는 프레임으로 본다. 하지만 북한의 조선 반도 비핵화와 진보 진영의 한반도 비핵화론은 다르다. 북한의 조선 반도 비핵화는 궁극적으로 미군 철수를 얘기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야권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말려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을 공산화하겠다는 전략을 바꾼 적이 없다. 북한의 전술핵무기는 실존하는 긴박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북한을 선의로 믿는다는 것은 국가 안보를 엄청나게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다. 안보 문제를 이념·진영 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9·19 군사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합의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은 막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는 우리의 군사 활동을 상당히 위축시켰다. 우리 군이 북핵에 그나마 재래식무기로 대응하겠다고 발버둥 치는데 문재인 정부가 그것마저 내려놓게 한 셈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 합의를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무드 조성이 목표라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 게임에서 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 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이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실패했을 뿐 아니라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북한이 이미 이겼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대북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 됐다. 이제는 미국의 핵우산을 보다 구체화해 핵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의 핵 억지력이 충분히 커질 때 북한이 핵을 쓸 수 없게 되고 핵 협상에 응할 수 있다. 그때 북한의 핵무기 증가를 통제하고 나아가 감축·폐기하는 방향으로 새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북한의 도발은 ICBM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내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면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 진짜 조심해야 할 것은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국지적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뒤 갑자기 대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형적인 북한의 전술이다. 북의 도발에 양보할 게 아니라 맞대응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이고 실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은 북핵에 대해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핵 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하지만 머지않아 북핵 문제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 한국의 핵 억지력은 키우되 비핵화라는 명분은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핵 동결을 이룬 후 감축으로 나아가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절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핵 억지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하는 것이다.

-신냉전과 블록화가 가속화하고 있는데.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 간의 대결이 격화하고 있지만 구냉전처럼 극단적 대결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가 경제·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는 데다 팬데믹·기후·빈곤 문제 등 협력해야 할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미중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앞으로 세계는 미중이 압도적인 국력을 갖되 바로 밑에는 인도·브라질·일본 등 몇 개의 강한 나라들이 경쟁과 협력을 하며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높다. 양극 체제로 가기는 어렵고 블록화가 가속화하겠지만 좀 느슨해질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진영 결속보다는 자국 우선주의로 국가이익을 먼저 챙길 것이다. 가치 동맹 진영에 적극 참여해야 하지만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에 나설 필요는 없다.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뒤에는 중국의 국익 지키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대내외적으로 정책을 다소 부드럽게 펼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국력에 걸맞게 세련되고 정교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국익이 되는 쪽으로 실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한복, 김치 문제 등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위협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성형주 기자


◆He is···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관,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경희대 국제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과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핵 비확산, 국제 안보, 동아시아 국제 관계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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