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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P, 8% 줘도 투자자 없어"…신용스프레드도 13년來 최고

■연말 신용경색 위기 고조

91일물 CP금리 4% 넘어서

우량 회사채도 대거 미매각

연말 앞두고 기관 '북클로징'

발행어음 등 현금 쌓기 주력

'위기 부채질' 강원도에 성토도





“아무리 단기물 채권이라도 만기가 연말을 넘기면 투자자를 찾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부동산 개발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3~6개월짜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발행해 돌려서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강원도의 레고랜드 ABCP 지급보증 거부로 투자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이 연말 전에 지갑을 빨리 닫아 당분간 어려운 상황은 계속될 겁니다.”

증권사 관계자들이 전하는 최근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하다. 연말까지 34조 원의 PF 유동화증권 차환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자금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3개월 이하의 단기물 시장에 경색이 오니 그 이상은 말할 것도 없다. 우량 회사채로 불리는 AA- 등급 6개월물 금리도 5%를 넘어섰다. BBB- 등급 회사채는 거래가 전무해 금리가 나오지도 않는다는 전언이다. 금융 당국이 나서 채안펀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연일 치솟는 CP 금리 최고…회사채 시장은 마비=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물 AI 등급 기업어음(CP) 금리는 이날 4.1%까지 올랐다. 전일(19일) 4.02%로 2009년 1월 28일(4.09%) 이후 처음으로 4%가 넘었지만 추가로 뛰었다. 결정타는 강원도의 ABCP 지급보증 거부 사태다.

한 중형 증권사가 매입 확약한 3개월물 ABCP는 18일 8.2%에 호가를 설정하고도 거래를 모두 체결하지 못했다. 또 다른 중형 증권사가 매입을 확약한 전자단기사채(ABSTB) 18일물 금리 역시 8% 중반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ABCP는 금리를 원하는 대로 줄 테니 제발 좀 사달라고 하소연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만기가 돌아온 PF ABCP는 1조 6015억 원어치였지만 이 가운데 6841억 원어치만 차환 발행됐다.

연말인 점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북클로징(장부 마감)’에 돌입했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장기로 보유할 경우 손실이 얼마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25조 PF 막아야 하는 증권사 ‘발등의 불’=총 21조 8000억 원 규모의 PF 유동화에 매입 확약이나 신용보강을 했던 증권사들은 현금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나마 발행어음을 찍을 수 있는 대형 증권사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액은 28조 554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16조 7266억 원) 대비로는 70% 급증한 것이고 올 상반기(23조 3806억 원) 기준으로도 22%나 늘었다. 중소형사들은 매각 가능한 자산을 팔고 있다. 국내 A증권사는 보유 중이던 국공채를 전량 매도해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한국은행의 ‘최근 신용채권시장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4일 기준 신용 스프레드 수준은 114bp(1bp는 0.01%포인트)로 2009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신용 스프레드는 시장의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한은은 최근 국내외 긴축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신용채권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커지자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박성진 한은 채권시장팀장은 “레고랜드 사태가 시장의 신용 경계감을 상당히 높이는 영향을 주고 있어 파급효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강원도에 쏟아지는 성토=증권 업계에서는 강원도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PF 유동화물뿐 아니라 조달 시장 전반에 대형 폭탄을 던졌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지자체 신용공여 PF 유동화증권은 총 3115억 원이다. 건설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 PF 유동화증권(ABCP·ABSTB) 발행잔액은 11월 2조 8000억 원이다. 증권사 신용보강에 의한 단기 PF 유동화증권은 11월 10조 7000억 원이 차환 발행돼야 한다.

레고랜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상황도 아니다. 강원도의회가 11월 중순 레고랜드 ABCP 상환 재원을 위한 예산 편성안을 상정할 계획이지만 언제 상환할지는 미정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예산은 편성하지만 변제 시기는 1월 말이 아니며 기업회생신청 과정에서 나올 변수를 고려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금융위원회와 한은은 금리 급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 뛰어 다니고 있는데 지자체가 신용시장을 파괴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재정이 안 좋은 지자체와 국가·광역단체도 앞으로 신용보강을 믿지 않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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