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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마진' PB우유로 연명 급급…"제2, 제3 푸르밀 시간문제"

■ 중소 유업체 연쇄도산 공포

자체브랜드 부실 OEM 매출 의존

건국·부산우유 등 수년째 적자 행진

우유 소비 감소에 할당제로 이중고

2026년부터 수입산 무관세도 부담

정부, 차등가격제 도입 등 지원 속도





44년 역사의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실적 악화로 사업 종료를 결정하면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진 다른 중소 유업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출산율 감소 여파로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든 게 푸르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만큼 경쟁력이 낮은 중소 유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 중소 유업체들은 현재 마진이 적은 ‘대형마트 우유(PB)’를 대신 만들어주며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시장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규모 실직이 발생한 ‘제2의 푸르밀’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우선 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가져와야 하는 의무 매입 원유량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연구개발(R&D)비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 중소 유업체 줄줄이 실적 악화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 유업체들은 최근 몇 년 새 수익이 줄거나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우유의 지난해 매출은 16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11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커졌다. 건국우유도 지난해 11억 원의 적자를 봤다. 비락은 지난해 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17년의 93억 원과 비교하면 수익이 69% 줄었다. 연세우유도 두유를 제외한 흰우유 사업 부문은 적자를 보고 있다. 대부분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낮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부터 의뢰받아 유제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매출 비중이 크다.



◇ 수익성 낮은 PB가 독…푸르밀 비중 50%


업계는 중소 유업체들이 위기에 빠지게 된 주요 원인으로 OEM 사업을 지목한다. 중소 유업체들은 2010년부터 유통 업체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우유를 대신 생산해주는 OEM 사업에 뛰어들었다. 낙농가로부터 매입하는 원유의 경우 보관 기간이 사흘에 불과한 상황에서 우유 소비량이 계속 줄자 원유를 어떻게 해서든 폐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OEM 사업은 자체 브랜드 제품 생산 때보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유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우유'를 만들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분유로 만들어 판매해야 하는데 분유 판매는 OEM보다도 수익성이 더 떨어진다”며 “모든 게 울며 겨자 먹기 식”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푸르밀도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OEM 사업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모회사가 있는 곳들은 푸르밀보다는 사정이 낫다”면서도 “그렇다고 적자 구조를 지속해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및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6년부터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수입산 흰우유는 최근 몇 년 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PB 우유. /연합뉴스


◇소비 급감하는데 원유는 의무매입…정부 손질 착수


영업 환경 악화 속에 이미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삼양식품은 올 4월 문막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주우유’를 지역 업체에 매각했다. 2011년 당시 ‘리스나 제주우유’를 인수하며 우유 사업에 뛰어든 지 11년 만이다. 2015년에는 50년 업력의 경북 지역 유업체인 영남우유가 폐업했다.

푸르밀의 사업 종료 선언으로 관련 업계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정부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원유 과잉 생산 구조가 고착화된 탓에 중소 유업체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2002년 도입된 원유 쿼터제에 따라 주요 유업체는 낙농가로부터 정해진 양의 원유를 사야 한다. 하지만 우유 소비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업체마다 재고가 넘쳐 나고 있다. 유업체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비싸게 산 원유를 가공해서 팔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분유 형태로 바꿔 장기 보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그동안 원유 가격을 소비량은 고려하지 않고 생산비에만 연동해 결정했다. 이 때문에 외국에 비해 원유 가격이 비싸 유업체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농가 피해 막으려면 사룟값 폭등 해결해야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음용유와 가공유(치즈 등 유제품)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원유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낙농가와 세부안을 조율 중이다. 가공유 가격을 낮춰 유업체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제도 적용 첫해는 음용유 195만 톤에 ℓ당 1100원, 가공유 10만 톤에 ℓ당 800원을 적용한 뒤 점차 음용유 물량을 줄이고 가공유 물량은 늘릴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부안을 빨리 도출해 ‘제2의 푸르밀 사태’를 막을 제도적 환경을 갖춰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차등가격제를 도입해도 여전히 수입 원유보다 가격이 높아 차등가격제 개편 이상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정부의 보조금(ℓ당 200원) 지급으로 유업체가 실질적으로 ℓ당 600원에 가공유를 사들인다고 해도 미국(491원·2020년), 유럽(47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며 “유업체가 국산 원유를 이용해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연구개발(R&D) 지원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원유 생산비 자체를 줄이기 위한 사료 자급 대책 등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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