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035720) 서비스가 장애를 겪은 가운데 카카오와 SK C&C의 책임 공방이 어디까지 번질 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열린 카카오 긴급 기자회견에서 홍은택 대표이사가 SK온을 언급해 데이터센터 운영 관리사인 SK C&C뿐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까지 책임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화재 발생에 따른 카카오의 단순 피해 규모를 추산해 일매출 약 220억 원의 피해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일일 예상 매출액 기준으로 단순 사업 피해 규모를 추산한 금액이다. 카카오가 19일부터 피해 사례 접수를 시작한 만큼 카카오 이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지급하게 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카카오가 사용자에게 피해 보상을 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 C&C는 데이터센터 관련 배상책임 보험을 현대해상에서 가입했다. 인명 및 재물 손괴를 보상하는 보험 한도는 약 70억 원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이용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보상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카카오는 17일 공시를 통해 "우선적으로 서비스의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4년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를 겪었던 삼성SDS는 당시 건설과 건물 관리를 했던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피해 비용 분담을 꾀했다. 삼성SDS는 2017년 에스원, 삼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성테크 등 4개사를 상대로 2017년 63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올해 7월 서울고등법원의 기각판결을 받았다.
이번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건물 외벽에서 불이 났던 삼성SDS 사태와 달리 배터리와 관련한 발화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 16일과 17일 두 차례 현장감식을 했다. 1차 현장감식에서 발화지점은 UPS(무정전전원장치) 3E-1 랙(배터리가 모인 선반) 주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발화 원인은 배터리 또는 랙 주변 전기적인 요인으로 파악됐다.
리튬이온배터리는 SK온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기자회견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배터리는 SK온 제품인 것 같다”고 직접 지목해 배터리 제조사에도 책임을 물을 여지를 남겼다. SK온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자사 제품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책임 소재에 대해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의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까지 책임 공방이 번지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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