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일찌감치 증권형토큰(ST)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일본에서는 증권형토큰공개(STO)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한결 간편해졌고 미국과 유럽은 증권형토큰 도입에서 한발 더 나가 까다로운 증권법 대신 암호화폐나 상품을 다루는 법령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증권형토큰 관련 규제를 개정하며 증권형토큰을 제도권에 포섭했다. 암호화폐의 성격에 따라 증권형토큰은 금융상품거래법을, 지급결제토큰에는 자금결제법을 각각 적용했다. STO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이나 자산유동화에 STO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SBI홀딩스는 2년 전부터 STO 방식으로 보통주나 회사채를 발행했다. SBI홀딩스는 2020년 10월 자회사 ‘SBI e-스포츠’의 보통주를 STO 방식을 발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그룹 계열사 SBI증권이 자사 채권을 증권형토큰으로 발행했다. 당시 최소 투자금액을 10만 엔(100만 원)으로 책정해 개인투자자도 부담 없이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일본 금융회사들은 STO를 통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 비용도 절약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중심으로 증권형토큰을 규제하고 있지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관할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SE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모든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보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라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를 잣대로 알트코인들이 증권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CFTC는 이 같은 분류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7월 SEC가 앰프(AMP) 등 9개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하자 CFTC는 “SEC가 증권으로 분류한 일부 토큰은 상품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일부 CFTC 위원들은 이번 SEC 결정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재 미국 SEC가 따르는 증권 관련 법령은 발행이나 공시, 거래소 진입, 영업 등에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이 때문에 증권형토큰 규제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시큐리타이즈와 티제로·INX 등 전문 발행 플랫폼까지 속속 생겼다. 업계에서는 현재 증권 관련 법이 아닌 CFTC의 상품 관련 법령이 적용되면 규제 수준이 한결 낮아져 STO가 훨씬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U도 비슷하다. 현재 증권형토큰을 기존 증권시장 규제안으로 다루고 있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EU는 최근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관련 단독 법률 ‘미카(MiCA)’ 입법안을 잠정 승인했는데 전체 유럽 의회 투표를 거쳐 이 법안이 최종 승인될 경우 2024년부터 유럽에서는 암호화폐만을 다루는 업권법이 탄생한다. 미카는 암호화폐를 △증권형토큰 △유틸리티토큰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으로 구분하는데 증권형토큰은 애초 미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었지만 EU 집행위원회(EC)가 “추후 증권형토큰과 대체불가토큰(NFT)이 금융 상품 또는 암호화폐로 재분류돼 미카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새 국면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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