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카티(CAR-T) 세포치료 사례가 80례를 돌파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불응성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카티세포 치료를 시작한지 18개월 만에 올린 성과다.
카티는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추출한 다음 항체의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항원수용체(CAR)를 발현시켜 재주입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다.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카티세포를 환자 혈액에 주입하면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표적으로 인식해 결합하고 암세포를 파괴한다. 면역세포에 일종의 네비게이션(항체)을 달아줘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원리다.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카티치료제 ‘킴리아’ 임상에 참여한 미국 소녀 에밀리 화이트헤드가 치료 2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꿈의 항암제'로 떠올랐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CAR T-세포치료센터’를 설립하고 다학제 기반 진료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주진료과인 혈액종양내과와 소아청소년과 교수진, 카티치료 전문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진단검사의학과, 신경과, 감염내과, 중환자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치료성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카티치료제는 킴리아가 유일하다. 1회 투약비용이 약 5억 원에 달하던 킴리아는 올해 4월부터 환자부담금이 최대 598만 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킴리아 적응증으로 허가 받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과 급성 B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카티 세포치료를 시행하는 한편, 활발한 임상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영역을 창출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소아가 아닌 성인 급성 B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게 국내 처음으로 ‘CD19(B세포 항원)’ 타깃 카티세포 치료를 수행했고, 킴리아와 다른 표적에 작용하는 ‘BCMA(B세포성숙항원)' 타깃 카티세포 치료를 불응성 다발 골수종 환자에게 수행하는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올해 6월에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카티세포 치료제로 인상적인 임상 결과를 유럽혈액학회에 서보이며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큐로셀과 함께 진행한 1상 임상에 참여해 카티세포 치료를 받은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 환자 11명 중 9명(81.8%)이 완전관해에 도달했다. 완전관해는 암치료 후 시행한 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현재 큐로셀의 다기관 2상 임상연구에도 참여하며 국산 카티치료제의 상업화에 기여하고 있다.
김원석 센터장은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카티세포 치료 프로세스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치료기간을 기존보다 단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암환자들이 좀더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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