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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뒷북 욕먹는데 선제 대응했다고 칭찬한 IMF 아태국장 [조지원의 BOK리포트]

외환보유액 등 경제 펀더멘탈 튼튼하다 평가

“한국 정부 이미 잘하고 있다” 칭찬만 내놓아

외환위기 ‘저승사자’였던 아태국장의 다른 모습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가운데) 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경제와 한국'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제이 페리스(Jay Peiris)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장. 오승현 기자 2022.10.25




“지방자치단체의 보증 부도 사례를 말하는 건가? 한국 정부는 매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 안정을 위해 50조 원 상당의 기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통해 특정 부문의 부실의 스필오버(파급효과)를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 정부나 한국은행 관계자의 발언이 아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자금 경색이 나타나자 23일 정부가 긴급하게 내놓은 시장안정조치에 대해 호평한 것이다. 야당이 24일 국정감사에서 이번 대책이 뒷북대응이라고 질타한 지 하루 만에 정반대의 평가가 IMF 국장 입에서 나온 셈이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오른쪽) 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제이 페리스(Jay Peiris)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장. 오승현 기자 2022.10.25


스리니바산 국장의 칭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특히 간담회를 마무리하기 전 ‘한국 경제에 대한 핵심 메시지(key message)’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기 재정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하고 정비하는 것이 리스크가 고조되는 현시점에서 중요한데 한국은 이미 잘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각종 스필오버 제어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그동안 학계·언론 등에서 제기해왔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 위험에 대해서도 걱정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GDP 기준 40% 정도의 순대외 자산과 25%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갖추는 등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말했다. 높아진 환율에 대해서는 “금리 역전 상황에서 환율은 충격을 완충해주는 버퍼(완충장치)”라고까지 평가했다. 막연한 긍정론도 있었다. 한국 경제 여건상 한미 금리 역전 폭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좁혀질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가운데) 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경제와 한국'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제이 페리스(Jay Peiris)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장. 오승현 기자 2022.10.25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거나 경제 펀더멘탈이 다른 국가보다 튼튼하다는 것은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강조해오던 말이다. 이를 IMF 아태국장의 입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IMF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지역경제전망(REO·Regional Economic Outlook)을 위한 방한 기간에 아태국장이 기자간담회를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에는 IMF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 D.C.에서만 간담회를 해왔다. 이번 간담회는 전임 아태국장이었던 이 총재가 만든 자리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그동안 간담회 등에서 위기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아태국장은 IMF 안에서도 주요 보직으로 꼽힌다. 특히 이 총재가 맡기 전까지 IMF 아태국장은 우리와 악연이 깊은 자리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아태국장을 맡았던 휴버트 나이스 전 국장은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당시 나이스 국장의 말 한마디에 기업들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 총재가 2013년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IMF 아태국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번에 스리니바산 국장이 나서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선제적이라 칭찬하면서 경제 펀더멘탈을 높게 평가한 자체도 과거 위기와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가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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