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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전력 저장장치 없어…제주 풍력발전기 15기 중 13기 '방치'

[지구용 리포트]

■ '출력제한' 몸살 앓는 제주 풍력발전

2015년부터 작년까지 총 225회 출력제한

잉여전력 소화위해 대용량 ESS 개발 추진

제주시 동복·북촌 풍력개발단지에 세워진 풍력 발전기 1기가 멈춰있다. 제주=박민주기자




15일 방문한 제주시 구좌읍의 동복·북촌풍력발전단지에는 총길이 84.4m에 이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15기가 우뚝 서 있었다. 이날 바람은 초당 최대 7m의 속도로 불어 발전기가 돌아갈 수 있는 기준(초당 3.5m)을 한참 넘겼지만 전기를 만들고 있는 발전기는 단 2기뿐이었다. 강상현 제주에너지공사 재해안전운영총괄팀장은 “오늘 아침 제주 신재생에너지발전량이 너무 많아 전력거래소로부터 출력을 제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도심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서 연평균 초속 6m 이상의 바람이 분다. 풍력발전기를 돌리기에 충분한 바람이다. 그러나 동복·북촌풍력단지를 포함한 총 6곳의 제주도 내 풍력단지는 수시로 발전기 가동을 멈추고 있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통해 만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곳과 그 양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5회의 출력 제한 조치를 받았다.

그렇다고 제주도가 육지에서 공급받는 전력을 줄이거나 남는 전력을 육지로 보내기도 어렵다. 전력 공급은 안정성이 최우선인데 전체 에너지원에서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렸다가는 정전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당장 신재생에너지가 남는다고 해서 화력발전 등 다른 에너지원을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주도는 도내에서 남는 전력을 소화하기 위해 수소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개발에 나섰다. ESS는 전력이 많이 생산될 때 비축해놓았다가 필요할 때 내보낼 수 있는 전기 저장 시설이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들고 남은 전기를 ESS에 저장해뒀다가 활용하면 발전량의 간헐성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면 출력 제한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수소보다 훨씬 깨끗한 수소를 만들어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동복·북촌풍력단지는 남는 전력으로 연간 수소 1000톤을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12월 설비가 구축되면 하루 최대 1톤의 수소를 만들어 수소차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영심 제주도 저탄소정책과 CFI(탄소 없는 섬)총괄팀장은 “제주가 현재 겪는 문제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발전이 확대되면 어느 지역이나 부닥칠 수 있는 문제”라며 “신재생에너지발전과 함께 에너지 저장 시설, 송·배전 유통 체계, 수소경제 등이 연동돼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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