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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 한복판 최악 참사, 안전 문제 기본 점검해 재발 막아야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핼러윈 축제를 맞아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30일 저녁 기준 153명이 숨지는 등 25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 사고이다. 피해자 중에는 20~30대 청년들이 많았다. 소중한 젊은이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일어나선 안 될 참사가 발생했다”면서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사전 대책 미흡 등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참사 현장은 폭 3m의 비좁고 경사진 뒷골목으로 평상시에도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었다. 55평 남짓한 골목에 통제 불능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피해를 키웠다. 사고 전날 밤에도 인파에 밀려 사람이 넘어진 적이 있어서 안전 사고가 우려됐지만 용산구청은 당일 안전요원 배치나 통행로 확보 등을 하지 않았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주최하지 않는 자발적 축제여서 최소한의 관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2005년에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상주 콘서트 행사 압사 사고를 겪었다. 또 이달 초 최소 130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 압사 사고를 지켜봤다. 로이터통신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21세기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라고 전했다.

후진국형 참사가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조속히 피해를 수습하는 한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경찰의 사전 대비 소홀과 안전 관리 부실 대응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실제로 금요일부터 이태원에 수만 명이 몰리기 시작해 사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지자체와 경찰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용산구는 ‘핼러윈데이 대비 대책회의’를 갖고 코로나19 방역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 대책 등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대규모 인파에 대비한 안전 관리 대책은 없었다. 당국은 지방 축제를 비롯한 군중이 운집하는 행사의 안전 사고에 대비해 비상 매뉴얼을 만드는 등 철두철미하게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

경찰은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 따른 충돌 사태를 막는 데 신경을 쓰느라 사고 당시 이태원에는 137명의 병력만 배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마약·성 범죄 예방에 치중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국민적 참사를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남영희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비난했다가 뒤늦게 글을 삭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정쟁을 멈추고 ‘사고 수습을 위한 초당적 협력’ 다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을 돌아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안전 문화와 제도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비극이 바로 모퉁이 옆에 닥쳤음에도 휴일을 축하하고 있었다”면서 시민들의 안이한 질서 의식을 꼬집었다. 사고 발생 직후 바로 옆 가게로 대피하려는 시민을 외면한 일부 업소 측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안전 문제와 관련해 ‘기본’을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정부는 최고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잊어선 안 된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 전반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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