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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삼성전자, 삼정KPMG 감사인 발탁 '이변' 이유는

'40년지기' 삼일 대신 삼정 낙점해

이재용 회장 체제 회계정책 변화 예고

감사委 독립성 부각…경영 투명성 강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응' 해석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연합뉴스




회계업계 2위 삼정KPMG가 우리나라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의 외부 감사인으로 선임되는 ‘이변’을 낳았다. ‘이재용 회장 체제’를 맞은 삼성전자가 회계·재무 정책에서부터 경영투명성을 강조하는 전환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삼정KPMG를 새 감사인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가 ‘자발적’으로 삼일PwC 외의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회계업계 1위 삼일PwC가 삼성전자 감사를 맡을 것”이라는 회계사들의 전망이 뒤집힌 결과였다. 삼성전자가 1970년대부터 2019년까지 약 40년간 삼일PwC의 회계감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으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딜로이트안진과 2020~2022회계연도 감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딜로이트안진과의 감사 계약 기간 만료가 눈앞으로 찾아오면서 이달 말 삼일PwC와 삼정KPMG를 상대로 경쟁 입찰을 붙였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삼정KPMG를 선정한 배경이 삼성의 경영 투명성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취임하면서, 삼성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 가운데 삼정KPMG를 발탁했다는 것은 감사인 선임을 총괄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순차적으로 4대 회계법인을 모두 경험해야 한다”며 “감사인 지정제로 어차피 다른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면, 삼일PwC 외의 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면서 향후 감사인 지정에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즉, 삼성전자가 향후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을 순차적으로 기용하는 방식으로 회계 정책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딜로이트안진의 감사 품질에 예상 외로 만족해 4대 회계법인의 품질관리가 상향 평준화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삼성전자 수임을 계기로 삼정KPMG는 올해 회계감사 시장의 ‘승자’가 됐다. 삼정KPMG는 SK하이닉스(000660)와도 계약을 체결해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의 감사 업무를 모두 맡았다. 신한지주(055550)·미래에셋증권(006800) 등 주요 금융사도 삼정KPMG가 싹쓸이했다.

반면 삼일PwC는 감사 시장에서 비교적 소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엔 금융당국에 의해 현대차(005380)·SK(034730)의 감사인으로 지정됐지만, 독립성 상충을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감사를 맡을 수 없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이 두 회사에 비감사 용역을 다수 맡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삼일PwC가 ‘상징성’이 높은 감사 부문보단 ‘수익성’이 더 큰 비감사 업무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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