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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폭락에 수출도 마이너스.. 출구없는 '무역적자'[양철민의 경알못]

수출, 2년만에 마이너스.. 7개월 연속 무역적자

빅테크 경기부진에.. 반도체 수출액 17.4%↓

'포스트 반도체'라는 이차전지 효과는 제한적

'킹달러'에 자원무기화로 에너지 수입액도 급등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이 2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7개월 연속 이어졌으며 대(對) 중국 무역수지는 또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 수출이 급감한데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가격까지 높아 ‘수출 코리아’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달 6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행진은 올 4월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7개월 연속 적자는 1997년 이후 25년여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 추이만 살펴보면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 ‘기우’가 아닌셈이다.

전년동기 대비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었다. 수출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무역적자 규모를 키웠다. 이 중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전년 대비 42.1% 늘어난 155억3000만 달러로 집계돼 수입액 급등을 주도했다. 올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356억달러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무역적자는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무역적자 확대는 국내에 달러 수급 문제로 이어져, 원화가치를 떨어트린다. 현재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높은 에너지 수입가격’이라는 점에서 적자 기조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무역적자의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 및 중국의 기술고도화 등 각종 문제가 중첩돼 있어 반등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외환위기 당시 원화 가치 폭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확보로 경제의 ‘V자’ 반등으로 이어졌던 메커니즘이 2022년에는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제품군별로 살펴보면 수출 상황은 한층 암담하다. 15대 주요품목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자동차(28.5%), 석유제품(7.5%), 자동차부품(3.2%), 이차전지(16.7%)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이 1년새 30%가량 가격이 급락한 D램 시장 수요감소의 영향 등으로 무려 17.4%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증감률 마이너스는 올 8월부터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내년도 설비투자액을 올해 대비 절반 가량으로 설정하는 등 ‘반도체 불황’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분기실적발표에 따르면 메타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들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며 전체 D램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용 D램 시장의 큰손으로 분류된다.

디스플레이 수출 증감률 또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경쟁 격화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내 중국의 부상 등이 맞물리며 7.9% 뒷걸음질쳤다. 이 같은 수출액 감소는 디스플레이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출하량 기준으로 하면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여기에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은 신형 아이폰 증산 계획을 철회하며 디스플레이 수요감축 우려를 부채질 하고 있다.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폰14’ 제품군 생산량을 600만대 추가로 늘리려 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9000만대를 유지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핵심 수요처인 TV 시장도 움츠려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예상 TV 출하량은 전년대비 3.8% 감소한 2억2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이차전지 업계 대표와 관련 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차전지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출 증감률 플러스를 기록한 산업군도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플러스 성장은 지난해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에 따른 ‘역기저 효과’ 덕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보기 힘들다. 수출 플러스를 기록한 석유제품 또한 1년새 국제유가가 20% 이상 급등했다는 점에서 원가 상승분 만큼 수출액이 늘어난 결과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가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중인 이차전지는 지난달 수출액이 반도체(92억3000만달러)의 10분의 1이 채 되지않는 8억달러에 불과한데다 반도체 등 기존 주력 수출제품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아 수출 효과가 제한적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가 ‘갑’인 반면 이차전지 업체는 ‘을’이라는 점에서, 완성차 업체 근처에 이차전지 공장을 증설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차전지 산업 확대가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이차전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별 수출액은 유럽연합(10.3%)과 미국(6.6%)에서 증가했으나 중국(-15.7%)과 아세안(-5.8%) 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는 올 5월부터 넉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9월 흑자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달 새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중국발 수출호황’이 사실상 끝났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기 하강과 중국 봉쇄 등 대외여건 악화로 전세계 교역이 둔화하면서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특히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경기 여건이 개선될 때 우리 수출이 빠르게 증가세로 반등하도록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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