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요 방위산업기업들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여해 수출 텃밭을 다졌다. 특히 중소형잠수함, 유도무기 등의 분야에서 미래 수출을 위한 씨 뿌리기에 나섰다.
국내 19개 방산기업들은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JI엑스포 전시장에서 폐막한 이번 행사에서 육-해-공군 분야의 신기술들을 알렸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방산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시장이 동남아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방산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위(16.1%, 2011~2020년 누적기준)다. 1위인 미국(17.0%)과는 종잇장 차이로 양강구도를 형성 중이다.
◇중소기업 수출 발판 마련 안간힘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한층 공격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올해 인도 디펜스 행사에서 중소기업관 전시면적을 2018년 대비 약 10% 확장(725.5㎡→798㎡)하는 등 전방위로 지원했다.
나상웅 방진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요르단 방위산업전시회에 참석한 직후 여객기에 몸을 싣고 자카르타로 날아왔다. 그는 인도 디펜스 행사 폐막까지 현장을 누비며 우리 기업인들을 면담했다. 나 부회장은 한국취재진과 만나 “한국 방산수출이 이제 일정 궤도에 올라갔고 당분간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한국 방산수출에서 중심을 딱 잡고 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컨크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 승부수는
올해 행사에 참가한 우리 대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 LIG넥스원, 기아, 풍산 등 5개사다.
KAI는 이번 전시회에서 경공격기 ‘FA-50’, 초음속 전투기 ‘KF-21’, 소형무장헬기(LAH) 기동헬기 ‘수리온(KUH-1)’을 비롯해 총 5종의 항공기 축소모형들을 선보였다. KAI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FA-50은 물론이고 헬기 등도 수출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에서 적극 홍보에 나섰다.
이 회사 강구영 사장은 현장에서 한국취재진과 만나 “우리 헬기 만든 것 보면 성능 면에선 작전이나, 안정성이나, 기동성면에선 굉장히 뛰어나다”며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강력한 원가절감 정책을 펴고, 다른 프로젝트와 묶어서 패키지 수출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19㎡ 규모의 대형 전시부스를 차리고 잠수함 시장 개척 확대에 나섰다. 이번에는 1200톤급 잠수함 DSME1200, 1400톤급 DSME1400, 3000톤급 DSME3000 잠수함 등을 전시했다. 호위함 DW3000F와 군수지원함 MRSS, 잠수함구조함 ASR의 축소모형 등도 선보였다. 이 회사 정우성 대우조선해양 특수선본부장 전무는 “동남아의 경우 지진이나 해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해 군사작전뿐 아니라 자연재해 대응을 비롯해 비군사적 임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함정, 특히 2000톤급 수준의 잠수함에 대한 요구가 크다”며 이번 마케팅의 중점이 중소형 잠수함에 있음을 시사했다.
LIG넥스원은 독립부스에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등을 전시하며 첨단 유도무기 시장 개척에 나섰다. 홍준기 LIG 아시아사업팀장은 “최근에는 단거리에 더해 중거리급 대공 유도무기에 대한 소요가 현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고 현지 시장상황을 전했다. 이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도 전통적인 해군력 증가 움직임과 더불어 대공망 확충에 대한 수요가 전통적으로 강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그 부분에 맞춰서 국가별로 다양한 전략과 특히 기술이전이나 현지 생산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다양한 전력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산은 다양한 명품 탄약류로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전시회에선 인도네시아 육군이 주력으로 구동하는 경전차 ‘하리마우’에 사용할 105mm 포탄 시장을 겨냥해 홍보에 나섰다. 105mm 포탄은 한국과 유럽에서만 생산하는 품목이다. 김시욱 풍산 방산영업본부 수출3팀장은 "소총과 전차포, 자주포탄 모두 미국은 물론 나토(NATO) 기준도 충족한다"며 "무기 체계 호환성을 적극 부각시켜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도 선전
중소기업 중에선 특수차량 전문기업 코비코가 독립 전시부스를 차리고 현지시장을 공략했다. 코비코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160여대의 무장수송차량 ‘블랙샤크’를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수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달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폭발물 제거반 전술차량(BSTV) 3대를 수출하고, 내년 상반기 중 다목적작전차량(RMM) 17대를 수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관’에 전시공간을 마련한 12개 중소기업들도 시장개척을 위해 적극 나섰다. 그중 연합정밀은 무기체계 장비 간 통신 ‘커넥터’와 함포 등 타격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슬립링’을 선보였다. 수성정밀기계는 K9 자주포 등 포신을 자동으로 청소하는 포구자동청소기를 전시했다.
태경전자는 써치라이트 드론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해당 드론은 150m 상공에서 약 1000㎡(약 300평) 면적을 조명으로 비출 수 있다. 태경전자 관계자는 “당장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외국 방산전시장에서의 홍보효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우정보기술은 국내 예비군 훈련장 등에서 이미 적용중인 가상사격훈련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 특수부대 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광학장비 전문기업 이오시스템은 인도네시아 국영 방산업체 ‘PT.PINDNAD’와 함께 한 공동전시를 통해 야간투시장비와 열영상장비 등을 선보였다. 양측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이오시스템의 고품질 전자광학장비 공급과 관련한 포괄적 산업협력협약을 맺기로 하는 등 성과도 이끌어냈다. /자카르타=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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