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2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이라는 초유의 조치를 취함에 따라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상승했고 그 결과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10월 비농업 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26만 1000명 늘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3.7%로 안정적으로 나타나면서 12월 FOMC에서 다시 한번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내년 1분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0%대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여 인플레이션을 잡고 추후 발생할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결과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나라의 수입물가를 높이고 미국의 수입물가는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 경기, 특히 고용이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연준이 지난해 인플레이션 상승에 너무 늦게 반응했다가 지금은 지나치게 과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모두 연준의 오버슈팅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도 성급한 금리 인상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모두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인 금리 인상이다. 효과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환율 방어와 자금 이탈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일본과 중국의 상황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중고가 더욱 심화하면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경기가 침체되고 7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퍼펙트스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충분한 외환보유액(4140억 달러), 낮은 단기 외채 비중(28%), 양호한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 등을 근거로 위기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격만 다를 뿐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회색 코뿔소’ 같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우려되는 것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국내총생산(GDP)의 104%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8% 수준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점에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돼온 ‘폭탄 돌리기’ 문제다. 또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버블이 언젠가는 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미 모든 시장 주체들이 인지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차주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와 함께 과감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은 특히 취약 계층에 가장 큰 고통을 준다. 물가, 환율, 거시경제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밟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어떤 정책 조합을 택할지를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결정하고 실행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안전망은 강화해 나가되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재도약을 위한 ‘구조 조정’의 적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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