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이 K바이오 수출 불모지에서 옥토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 번 그 나라 제품이 마음에 들면 그 국가의 제품만 구매하는 중동 시장에서 한국의 병원 시스템 등 ‘선배’ 수출 품목이 의료기기와 의약품 등 ‘후배’ 제품의 수출을 이끌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도 K-바이오의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UAE·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등 중동 4개국으로의 의료용품(HS30) 수출액은 2016년 1598만 달러에서 2021년 4226만 2000달러로 164.5% 증가했다. 이 기간 국가별 수출액은 UAE는 789만 3000달러에서 2095만 8000달러, 사우디아라비아는 619만 달러에서 1653만 8000달러, 쿠웨이트는 173만 2000달러에서 336만 2000달러, 카타르는 16만 5000달러에서 140만 4000달러로 각각 늘었다. 분류코드 HS30에는 의약품과 일부 진단 제품, 상당수 의료 용품이 포함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동으로의 K-바이오 수출이 늘고 있는 배경에 대해 “한국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쪽으로 병원 시스템 수출을 많이 했다”며 “그로 인해 중동은 한국 의료 기기와 바이오 의약품 등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UAE의 한국산 의료 기기 수입액은 수직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유엔 무역통계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2016년 977만 7700달러였던 UAE의 한국 의료기기(HS9018~9022) 수입액은 2021년 4030만 9600달러로 증가했다. 4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HS9018~9022에는 의료기구·검사기기·치료기기·호흡기기·기타 호흡기기·정형외과용·영상진단 등이 포함된다.
전망도 밝다. 현재 수출을 이끌고 있는 코로나19 진단 키트 등은 다시 선배 수출 품목이 돼 디지털 헬스케어 등 후배 제품의 수출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2 국가별 보건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진단 키트 수입액은 2020년 7억 2000만 달러 규모로 2015년부터 연 평균 9.73% 성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입 진단 키트 중에는 한국산 비중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 판단에 따라 K-바이오는 중동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종근당은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로 중동에 진출할 계획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 빈혈 치료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은 현재 중동 6개국에서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보령은 ‘카나브’ 제품군 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동에 빈혈치료제 ‘에포카인’을 수출 중인 HK이노엔은 향후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며 “수출 불모지에서 옥토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동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도 업계의 입장에서는 크게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최근 수출액 증가에는 코로나19 키트 수출액 증가가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지금은 키트가 주된 수출 품목이라면 앞으로는 의료 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등으로 주요 수출 품목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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