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첫 소환 조사 이후 단 하루 만에 이뤄진 ‘속전속결식’ 수사다. 앞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진술거부권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못 낸 전례에 비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의혹의 종점인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정 실장에 대해 부패방지법 위반, 특가법 위반(뇌물), 부정 처사 후 수뢰,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이 18일 오후 2시부터 김세용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돼 이르면 같은 날 늦은 밤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정 실장을 상대로 약 14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검찰은 이튿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 부원장 때와 구분된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김 부원장을 체포한 뒤 연이틀 불러 조사한 다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반면 정 실장에 대해서는 한 차례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음에도 신중론보다 속도전으로 수사 방침을 정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김 부원장과 달리 정 실장이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는 점도 신병 확보에 장애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구속 사유로는 피의자의 진술 태도도 고려되는데 정 실장 측이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점은 혐의 사실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방어권 행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실장 측은 전날 조사에서 검찰에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대질신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대질조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관건은 검찰이 정 실장의 체포 영장 기각 뒤 유의미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는지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이 전날 정 실장의 압수수색영장 내용을 들어 “검찰이 일방적 진술에 기초해 허위 주장을 기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조사 내용과 관련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장 범죄 사실을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곧바로 이 대표와의 ‘연관성 찾기’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연결 고리’로 꼽힌다. 10여 년 전 리모델링 사업을 매개로 이 대표와 관계를 맺은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달리 정 실장은 1990년 중반부터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활동해온 ‘측근 중 측근’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실장이 이 대표의 정치적인 성공을 전제로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팀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조달했다고 판단한 만큼 이 대표가 이를 인지 내지는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 실장의 영장에도 그가 민간업자 김만배 씨에게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특정 종교 단체(대순진리회)를 동원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또 ‘이 대표와 정 실장이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전에 남 변호사 등을 개발 사업자로 정해놓았다’고 적시해 이 대표의 공모 정황을 에둘러 드러냈다. 검찰 수사가 이 대표의 부패방지법 위반 또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정 실장에 대한 조사에서도 검찰이 해당 부분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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