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중동 거부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시간의 짧은 방한에도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100조 원대의 기대감을 안겨 준 26개의 양해각서(MOU)뿐 아니라 통큰 호텔 투숙, 대통령 관저 첫 손님을 비롯해 그의 신발까지 일거수일투족은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특히 ‘게임 덕후’로 알려진 그답게 사우디 정부가 국내 중소 게임사를 직접 방문해 협력 관계를 추진한 것도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1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에 사우디 측과 MOU를 체결한 기업 중 게임사는 시프트업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구글·애플 매출 1위를 기록한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다. 특히 사우디 측은 시프트업 측에 사우디아라비아로 본사를 옮겨 오라는 ‘파격’ 제안까지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MOU에는 양측이 게임 부문에서 협력하고 회사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협업과 투자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에 따르면 아직 협업·투자 방법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단계다. 다만 MOU에 투자 관련 내용이 명시된 만큼 향후 투자 유치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사우디 측은 MOU 체결 전부터 시프트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9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사우디 벤처캐피털(SVC)에 이어 지난 주에는 주무부처 격인 투자부가 회사 사옥에 직접 찾아왔다.
특히 두 번째 방문 당시에는 10여 명의 인원이 찾아와 3시간 넘게 회사를 둘러보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우디 정부 측에서 “집이든 차든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할 테니 사우디아라비아로 회사를 옮기지 않겠느냐”는 ‘통큰’ 제안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사우디 정부가 시프트업에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 측이 시프트업에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를 포함해 회사 자체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의 첫 손님으로서도 관심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18일 아침 도어스테핑에서 “관저 리모델링과 인테리어를 했지만 외빈을 모시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름대로 국가 정상의 개인적 공간을 보여주는 게 별도의 의미가 있기에 어제 굉장히 기분 좋은 분위기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날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전통복 차림에 갈색 구두를 신고 국내 대기업 총수와의 면담 장소에 등장했다. 국민의 관심은 거부의 구두에도 쏠렸다. 그가 신은 구두는 이탈리아 마르케 지방의 초고급 수제화 브랜드 ‘실바노 라탄치’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이 구두는 장인의 100% 수공업으로 제작되는 하이엔드 비스포크 슈즈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등이 이 브랜드 마니아로 알려졌다. 한 켤레에 수천만 원이 넘으며 제품 완성까지 최소 7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지만 숙소로 옮겨오지는 못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선물을 비행기에 놓고 왔는데, 비행기에서 가져가시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18일부터 이틀간 방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0일과 21일 예정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비즈니스포럼도 역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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