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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文정부가 옳았다? 플랫폼 규제로 돌아서는 공정위 [뒷북경제]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가 되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9월 19일 기자간담회)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깊게 살펴볼 예정이다. 현행 법으로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법제화도 하려고 한다.”(11월 14일 기자간담회)

플랫폼 정책에 관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약 2개월 새 180도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판교 소재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영향입니다. ‘플랫폼 자율규제’를 앞세웠던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는 이제 플랫폼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공정위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무분별한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것이 곧 독과점과 ‘먹통 사태’와 같은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 위원장은 17일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이 신고기준에 미달해 기업결합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플랫폼 분야의 효과적인 인수합병(M&A) 심사를 위해 기업결합 신고기준을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더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공정위는 앞서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자산 또는 매출액 3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기업을 인수할 때는 기업결합 신고가 면제되는 ‘신고기준’을 유지하기로 해 확장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가 올 5~7월 진행한 기업결합 11건 중 7건은 매출 기준 미달로 신고조차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또한 그대로 추진합니다. 대부분 ‘간이심사’로 처리되던 플랫폼 기업의 이종(異種) 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해 엄밀한 심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올 초 발표했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또한 연내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방해 행위) 등 다양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기준이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카카오 관련 사건에도 엄중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정위는 카카오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심의에 착수합니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이 금융사 고객의 돈으로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입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경영컨설팅 업체로 설립됐지만 지주사 격으로 금융업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 등에 콜을 몰아줬다는 신고를 받고 관련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승객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찾을 때 가까운 곳에 있는 일반택시 대신 먼 곳의 가맹택시에 우선 배차된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참가자들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가져갔다는 혐의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기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연구소’를 이용해 경쟁사 아이돌을 비방했다는 의혹 조사에도 나섰습니다. 팔로어 132만 명을 보유한 이 페이지에는 아이브 등 카카오엔터 소속 아이돌 관련 우호적인 콘텐츠가, 르세라핌 등 경쟁사 아이돌 관련 비방성 콘텐츠가 지속 업로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던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임기를 마치며 가장 아쉬운 점으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 무산을 꼽았습니다. 조 전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더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지만 ‘법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온플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전 위원장이 예고했던 ‘언젠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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