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사태로 진료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다른 병원의 인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진료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길병원은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원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내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 과정에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정원 4명) 지원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앞서 손동우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입원 중단 사실을 알렸다. 손 과장은 "소아청소년과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된다"며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외래에서 가능한 일반 검사나, 내시경·심초음파 등 특수 검사는 더 세밀하게 진행하겠다"며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다른 병원에 의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길병원은 내년 3월께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면 입원 환자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길병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른 상급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잇따르면서 현장 진료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국 기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6.6%로 계속해 하락 중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가운데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차 모집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병원 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8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6명 모집에 3명 지원,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관계자는 "전체 인구 중 17%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가 체계를 정비하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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