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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투하면 승산"…증시 혹한기에도 '실적 배당형' 늘었다

<상> 사전지정운용제 상품 본격 판매…연금자산 지각변동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 이어지자 개인들 '공격 투자 전환'

미래에셋 가입자 51%, 한투는 60%가 원리금 비보장 몰려

'은퇴 맞춰 자동 자산배분' TDF 선호…증시수급 개선 기대도





3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의 ‘투자자산’으로의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다. 가입자들은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실적 배당 상품을 절반 이상 담으며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을 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위험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장기 투자와 복리 효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서울경제가 취합한 주요 증권사들의 디폴트옵션 상품 첫 주(12월 2~8일) 판매 결과에 따르면 가입자들은 초저위험군에 속하는 원리금보장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는 ‘고위험’ 실적배당형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초저위험부터 고위험까지 4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미래에셋증권(18조 2000억 원)의 경우 가입자 2520명 중 51%가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는 고위험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기간 60%의 가입자가 비보장 상품으로 몰렸다. NH투자증권도 절반 가까이(47%)가 고위험 상품군을 골랐다. 기존에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실적배당형 비중이 지난해 기준 각각 20.7%, 34.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더 강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운용 지시 없이 4주 경과 시 운용됨을 통지받고 통지 이후 운용 지시 없이 2주가 경과하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 상품 가운데 개인들이 가장 선호한 것은 타깃데이트펀드(TDF)였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고위험군 상품 중에서 TDF를 선택한 비중이 17%로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증권도 TDF 포트폴리오에만 56%가 몰렸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TDF 상품에는 ‘2025’ ‘2035’ ‘2050’ 등의 네 자리 숫자가 붙는데 이것이 해당 상품의 목표 시점이다.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높여 자산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수익률 제고와 운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에서 가입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개인들이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을 절반가량 선택한 배경으로는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그간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은 연 1~2%의 낮은 수익률로 방치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전체 적립금 295조 6000억 원 중 대부분(255조 4000억 원·86.4%)이 원리금보장형 금융 상품에 쌓여 있었다. 최근 5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1.96%에 불과했다. 지난해 명목임금 상승률(4.6%)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들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최 본부장은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넘지 못하는 현재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장기적인 투자”라며 “투자 호흡이 길어질수록 복리 효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성과가 클 것이라고 믿는 개인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위험 투자를 선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3050세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목표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 상품 편입 비중이 높을수록 △운용 중인 상품 수가 많을수록 △운용 지시 빈도가 잦을수록 △계좌 확인 빈도가 잦을수록 위험 등급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존에 퇴직연금 운용 및 관리에 적극적이었으면 TDF 및 밸런스드펀드(BF)의 선호가 강했으며 반대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적거나 운용을 방치하던 성향일 경우 원리금 보장 상품 선호가 매우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 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퇴직연금이 국내 증시 수급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번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오랜 시간 머무르는 성격의 자금으로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에서 하단을 받쳐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24년 주식 비중이 위험자산 투자 확대로 30~40%까지 늘어날 경우 국내 주식 신규 유입 가능 금액을 20조~25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리금 보장 상품 편입, 상품 직접 선택(대표상품화) 등 수익률 관점에서 우려 요인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익률 제고를 통한 노후 소득 재원 확충’이라는 제도 개선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금 보장과 대표상품화가 고질적인 무관심과 원리금 보장 상품 선택 편의를 고정화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의 디폴트옵션과 달리 가입자 생애 설계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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