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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빨리 뛴다고 공황장애? 부정맥부터 의심하세요

[메디컬인사이드]

◆반지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청소년기에도 부정맥 나타나

체중 30㎏ 이상땐 약물치료보다

원인 제거 '전극도자절제'가 효과

빈맥 발작, 공황장애로 오해 많아

진단·치료 늦으면 심장기능 약화

반지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 제공=이대목동병원




"국비유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프랑스에서 공부하게 되었어요. 교수님께 시술을 받고 부정맥이 완치된 덕분에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

몇주 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초등학생 때 '볼프 파킨슨 화이트(WPW·Wolff Parkinson White syndrome) 증후군'으로 진단되어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빈맥 증상으로 응급실을 자주 드나들었던 김 모군(23)이 출국을 앞두고 인사차 들른 것이다.

성인의 정상적인 심박동수는 분당 60~100회 사이다. 초등학생은 그보다 넓은 분당 47~115회 정도를 정상 범위로 간주한다. 김모군이 앓았던 WPW 증후군은 심장의 전기회로에 이상이 생겨 정상 범위보다 심박수가 빨라지는 선천성 심장병이다. 남들에게 없는 '부전도로(accessory pathway)'라는 전기전달 통로를 갖고 태어난 점이 빠른 부정맥의 원인. 정상적인 신호전달 체계에서는 심방과 심실 사이에 존재하는 ‘방실결절’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데, WPW 증후군 환자들은 부전도로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 다른 심근보다 전도시간이 긴 방실결절과 달리 부전도로가 심실을 일찍 자극해 심장이 빨리 뛰게 되는 것이다. WPW 증후군 환자들은 평소 증상이 없다가도 갑작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빈맥 발작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양호하지만 혈압이 떨어지면서 전신 무력감이나 어지럼증, 현기증이 동반되거나 드물게 심실세동으로 발전하면 돌연사할 수도 있다. 김모군은 중학생이 되고서도 돌연 심박수가 분당 200회까지 치솟아 응급실을 찾곤 했다. 약물을 투여해도 듣질 않아 제세동기를 써서 심박수를 조절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부정맥 공포가 헤집어 놓았던 김모군의 일상이 달라진 건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 부임한 반지은 소아청소년과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반 교수는 "소아 부정맥 치료는 발생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며 "신생아나 영유아 시기에 발생한 부정맥은 약물치료가 우선이지만 체중 30kg 이상이 넘은 학령기에는 성인처럼 전극도자절제술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에너지를 가해 비정상 조직을 파괴함으로써 부정맥을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대퇴부 정맥 또는 동맥을 통해 전극도자(카테터)를 삽입하고, 부정맥 발생 부위를 확인한 다음 고주파 전류를 흘려보내 빈맥을 일으키는 원인 부위를 파괴한다. 소아청소년기에 흔한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의 전극도자절제술 성공률은 97~99%로 치료성적이 뛰어나다. 반 교수는 “학동기에 발생한 부정맥은 그 자체의 위험성을 떠나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학교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문제가 있다"며 “시험을 보거나 수학여행을 갔을 때와 같이 평소와 다른 환경에 노출되어 긴장감이 높아진 순간 부정맥 증상이 발현되기 쉬운데 이 때 극심한 불안함을 겪은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다”고 말했다. 흔히 성인에게만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부정맥은 태아부터 청소년기까지 어느 시기에든 나타날 수 있다. 소아 부정맥은 성인과 달리 선천성 심장병이 주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별 환자에게 맞는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반 교수는 “심장 구조가 정상이라도 부정맥이 생길 수 있지만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을 당시 절개한 심근조직들이 만성적으로 섬유화되며 부정맥 병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천성 심장병을 동반한 소아 부정맥은 정상 심장에서 나타나는 부정맥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보여 진단과 치료가 더욱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심장수술이 잘 되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부정맥 발생 빈도가 높아지므로 늘 합병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반 교수의 조언이다. 실제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는 발작성 빈맥을 공황장애 등으로 오인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부정맥 진단이 지연된 만큼 심장기능도 나빠진다. 진단방법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부정맥의 원인인 심장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소아심장과 부정맥 분야 전문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다.

최근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한다는 뉴스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반 교수처럼 소아심장과 부정맥을 전공한 의사는 더욱 귀하다. 현재 대한부정맥학회가 인정하는 소아청소년 대상 중재시술 전문위원 자격을 갖춘 의사는 전국을 통틀어 5명 뿐이다. 심장이 작은 소아는 부정맥 시술 중 합병증 위험이 성인보다 높아 위험 부담이 크다. 소아심장 분과 전문의 자격을 갖추고도 부정맥 분과에서 몇 년씩 추가 연수를 받아야 하고 시술 난이도가 높다 보니 자원하는 이가 드물다. 2002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된 반 교수는 부산대병원에서 수많은 선천성 심장병 환자를 돌보면서 소아 부정맥 치료에 뜻을 품었다. 고대안암병원과 바르셀로나 대학병원,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5년간 부정맥 임상연수를 받고 이대목동병원에 합류했다. ‘어렸을 때 발병한 부정맥을 치료해 김모군과 같이 훌륭한 인재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신이 쉽지 않은 여정을 걷게 한 동력이다. 반 교수는 "성인처럼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기 힘든 영유아 시기에는 자칫 부정맥 진단을 놓칠 수 있어 보호자의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았다면 나이가 들면서 부정맥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소아심장 분야 협력시스템을 갖춘 전문의료진을 통해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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