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전날 있었던 일본은행(BOJ)의 깜짝 매파 전환에도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0.0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0%, 0.28% 뛰었는데요.
BOJ가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 변동폭을 기존의 0.25%에서 0.5%로 올린 뒤 일본 국채를 포함해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한때 연 3.7%를 돌파했는데요. 엔화도 달러화 대비 4% 강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엔화 강세에 달러인덱스도 103.8 정도까지 내려왔습니다.
어제 미 국채금리 상승 이유를 △유럽금리 상승 △일본 매파전환 전망 △미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인상 등으로 전해드렸는데 이중 상대적으로 크게 보지 않았던 일본 요인이 BOJ의 기습에 튀어나온 건데요. 월가에서는 “허점을 찔렸다”는 말도 나돌았죠.
깜짝 놀란 미 증시도 장초반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5거래일 연속 하락 가능성에 ‘바이 더 딥(buy the dip·저가매수)’ 세력이 나타나면서 소폭 상승 마감했지요. 달러 강세둔화도 일부 도움이 됐습니다. 별도로 일론 머스크가 실제로 트위터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테슬라 주가가 8.05% 빠졌죠. BOJ의 결정 내용은 어제 나온 만큼 오늘은 BOJ의 결정이 미국과 전 세계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과 함께 경기 및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日 해외 투자 주식·채권 3조 달러 잠재적 혼란” vs “시장, 충격은 있으나 큰 변화 없어 재앙 아닐 것”
우선국채시장부터 보죠. BOJ가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 변동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넓힌 뒤 0.23~0.24%를 오르내리던 금리가 0.43%까지 급등했습니다. 그전까지 제한선인 0.25% 주변에 몰려있던 것이 한도가 풀리면서 0.5% 근처로 옮겨간 건데요.
주요국 국채금리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도미노 현상인데요. 이날 2.20% 수준이었던 10년 물 독일 국채금리가 2.30%대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10년 만기 영국 국채금리도 3.50%에서 3.66%까지 치솟았습니다. 미 국채금리도 예외가 아닌데요. 3.58% 정도이던 게 3.7%를 넘었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BOJ가 국채를 더 사면 살수록 시장 생태계가 무너진다. 단기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라며 “이번 조치가 다른 국가의 국채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미국의 경우 큰 틀의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어제오늘, 국채금리가 뛰고 있는데요. ‘채권왕’으로 불리는 월가의 이름난 투자자 빌 그로스는 BOJ 결정 이후의 글로벌 국채금리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금융시장에 잠재적인 카오스(chaos·혼란)가 있다”며 “금리상승은 상업용 부동산에 문제를 일으키며 잠재적인 채무불이행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과 미국의 국채금리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는 점인데요. 0.4%대의 금리라고 해도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더 많이 사들일 수 있고 이는 미 국채 수요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립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일본의 미 국채보유량은 1조782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요.
결국 엔 케리 트레이드가 관건입니다. 엔 케리 트레이드는 대출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해외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면 해외에서 돈을 빼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이 과정에서 엔 케리 자금이 투자됐던 나라는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자금만 3조 달러라고 하는데요. ‘BOJ 10년 국채금리 변동폭 확대→장기금리 상승→해외투자 자금 회귀→주요국 국채금리 상승 및 증시 하락 요인’의 흐름이 있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벤 에몬스 뉴웨지 웰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BOJ 쇼크로 캐리 트레이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일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다만, BOJ의 장기금리(10년 국채)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는 쪽이 맞섭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CNBC에 나와 연준이 일본 투자자들의 미 국채매입 규모 축소를 걱정하게 되겠느냐는 질문에 “(BOJ의 조치가) 전 세계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다소 오를 수 있다”면서도 “(연준이) 과도하게 걱정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건 약간의 변화이지 대규모(sea change)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환율 문제로 일본의 미 국채매입은 안 그래도 감소세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외환 헤지비용 상승에 일본 투자자들은 이미 미 국채의 순매수를 멈췄다”며 “이번 일은 시장에 지장을 주는 충격이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시장에 재앙적인 이벤트도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10월 말 기준 일본이 갖고 있는 미 국채 1조782억 달러 규모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2422억 달러, 올 6월에 비해서는 1581억 달러어치가 적습니다.
추가로 BOJ가 여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막대한 정부 부채도 급격한 금리인상에 골칫거리죠.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의 아시아 오세아니아 경제 헤드는 “시장이 베팅하는 것과 실제 정책이 그렇게 된다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BOJ가 엔화약세에 대한 조정은 하겠지만 노골적으로 매파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 미 침체확률 70% 한달새 5%p↑”…“내년 1분기 근원 PCE 4.2% 전망”
정리하면, BOJ의 조치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국채금리 상승과 증시 하락 요인이지만 그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가늠이 어려우며 생각보다 영향이 적을 수 있다는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 캐리 트레이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금리를 0%에 가깝게 내리면서 선호도가 줄었는데 올 들어 다른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반면 올 들어 일본이 완화적 통화정책과 수익률 곡선통제(YCC·Yield Curve Control)를 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했을 수 있다”면서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얼마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움직임이 단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긴축의 신호탄이라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는 압력은 조금 더 커질 수 있습니다. BOJ 출신 아다치 마사미치 UBS 증권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뭐라고 부르든 이것은 출구를 향한 한 걸음”이라며 “이는 2023년에 총재가 바뀌면 금리인상 가능성의 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실제 BOJ가 일본 국채를 계속 사들이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BOJ의 일본 국채보유 비율이 50.26%에 이르기 때문인데요. YCC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죠.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리 쪽에서 장기를 수정했다는 것은 언제할지는 모르지만 단기를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시장의 기대가 이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존재하고 BOJ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연준의 기준금리 지속인상에 따른 글로벌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BOJ마저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는 건데요.
이날 BOJ에 영향을 받은 미 국채금리는 경기침체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승(BOJ)보다 하락(침체우려) 요인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톰 그라프 페이시트 웰스의 투자 헤든는 “적어도 이번 사이클에서는 국채금리의 피크를 봤을 수 있다”며 “경기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고 최소한 둔화할 것이다. 침체 속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오르는 일은 이례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미국의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11월 신규주택 허가건수가 134만 건(연환산 기준)으로 전월보다 11.2% 급감했는데요. 월가 예상치 148만 건도 크게 밑돌았습니다.
단독주택 허가 건수는 7.1% 줄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최저수준인데요. 11월 주택 착공건수는 전월보다 0.5% 줄어든 143만 건으로 전망치(140만 건)는 웃돌았지만 단독주택 착공은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82만8000건)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침체 수준이죠.
블룸버그가 공개한 이코노미스트 38명 월간 설문도 비슷합니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이뤄진 건데 응답자들은 내년 미국의 침체 확률을 70%로 봤는데요. 지난 6월 30%었던 침체 확률은 9월 50%를 넘어선 뒤 10월(60%), 11월(65%)를 거쳐 이번에 70%까지 올라왔습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 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금리상승과 높은 인플레이션, 재정지원책 종료, 수출 약화로 커다란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봤는데요.
지난 10월 블룸버그가 자체 모델을 토대로 침체확률이 100%라고 진단한 적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침체 확률을 높고 보고 있다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응답자들은 내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1분기 4.2% △2분기 3.8% △3분기 3.4% △4분기 3.0% 등으로 연준의 타깃(2%)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죠.
“산타 볼 수 없어 안전벨트 매야”…“아직은 랠리가능 12월23일~1월4일 기회”
마지막으로 증시 전망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산타랠리에 관한 희망이 옅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4거래일 연속 하락을 끊으면서 기대감이 다시 한번 올라오고 있는데요.
나벨리어&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루이스 나벨리어는 “여전히 산타를 볼 수 없다. 안전벨트를 꽉 매라”며 “모든 나쁜 뉴스가 있다고 생각하며 내년 2월 초까지는 연준의 움직임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산타랠리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이 기간은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2 거래일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하고 싶다”며 “그것은 올해 12월23일부터 내년 1월4일”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다만 “연말까지 산타랠리가 없으면 내년에는 약세론자들이 더 광범위하게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지수 3835 수준에서 4만 개 이상의 대규모 옵션(만기일 12월30일)이 거래됐고, 4000 이상에 상당한 규모의 콜옵션(Call Option)이 있다고 하니 연말 변동성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이날 분기 실적을 내놓은 페덱스는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는데요. 2023회계연도 2분기(2022. 9~2022. 11) 매출이 228억 달러로 예상치 237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순이익도 지난해 10억4000만 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7억88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주당순이익(EPS)는 3.18달러로 예상(2.82달러)을 웃돌았지만, CNBC는 “분기실적과 매출이 1년 전보다 감소했으며 지속적인 수요 약화를 경고했다”며 “공격적인 비용 절감조치가 타격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페덱스 CEO 라즈 수브라마니안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을 예상한다”고 했었는데요. 좋지 않은 느낌이 계속 가는 겁니다.
나이키도 어닝과 매출은 월가 전망을 뛰어넘었지만 재고와 비용증가가 걸리는데요. EPS가 85센트로 예상(64센트)보다 높았고 매출도 133억2000만 달러로 125억7000만 달러 전망보다 많았죠. 나이키의 이번 분기(2022. 9~2022. 11) 재고는 93억2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43%나 폭등했습니다. 계속되는 재고는 나이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지요.
비스포크 그룹에 따르면 미 증시는 올 들어 지금까지 시가총액이 11조7000억 달러어치가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이중 5조 달러 이상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5개 회사에서 나왔다고 하죠.
생각하지도 않았던 BOJ 리스크가 튀어나오는 연말입니다. 막연한 기대보다는 계속해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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