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신재생’에 올해 국내 신재생 설비가 30GW(기가와트)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달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를 포함한 국내 원전 설비 규모가 24.65GW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의 1.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신재생은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해 이를 보완해줄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송·변전 설비투자에만 향후 15년내에 100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전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신재생 보급 정책에 에너지 수급 비용이 급등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24일 에너지업계 따르면 이달 전력거래소 집계 기준 국내 신재생 설비는 27.81GW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거래소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소규모 태양광 등 자가용 설비용량을 더할 경우 국내 신재생 규모는 30GW를 훌쩍 넘어섭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자가용 신재생 설비 규모가 3GW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국내 신재생 설비는 30GW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기하는 신재생의 단점 보완을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점입니다. 산업부는 지난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신재생의 단점 보완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위해 2036년까지 45조원을 쏟아 부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향후 15년간 신재생 관련 송·변전 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 또한 ESS 비용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신재생 설비가 올들어 30GW를 넘어선 것은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설비를 늘리는 것인 글로벌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 산업계의 강력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라도 신재생 설비 확대는 필수입니다.
문제는 시간대 등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기하는 신재생의 단점 보완을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점입니다. 산업부가 지난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밝힌 수치에 따르면 신재생의 단점 보완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위해 2036년까지 45조원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정부는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해당 비용을 신재생 발전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정권의 향배에 따라 국가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신재생 확대가 국민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신재생 관련 송·배전 관련 비용을 더할 경우 관련 부담은 2배 가량 뜁니다.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어, 이를 계통망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배전설비를 곳곳에 깔아야 합니다. 현재 신재생 설비는 호남이나 충청권에 집중돼 있어 이를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 등으로 전송하기 위한 비용도 천문학적입니다.
산업부는 지난해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신재생 외에 기존 화력발전까지 포함한 전체 계통망 비용으로 70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추산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 보급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이전 정부의 ‘NDC 대못’ 때문에 신재생 발전 비중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습니다. 현정부는 2030년 신재생 발전 비중을 지난해 말 발표 기준 대비 8.7%포인트 낮춘 21.5%로 추정했지만, 불과 6년 뒤인 2036년 신재생 비중을 30.6%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NDC 달성을 위해 매년 신재생 설비를 8GW씩 늘려야 했지만 현 정부는 4GW정도로 속도조절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현 상황에서 4~5GW의 신재생 설비 확충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가 매해 최대전력이 1.5%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데다 다소 조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전 정부의 2030년 계통망 투입 비용 추산치(70조원)까지 감안하면 2036년 ESS를 포함한 신재생 계통망 구축 비용만 100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무분별한 신재생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은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신재생 발전은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필수입니다. LNG는 원자력은 물론 석탄과 비교해서도 발전 비용이 높지만 발전 요청시 즉각 발전이 가능합니다. 이에따라 지난달 한국전력이 LNG 기반 전력 구입에 쓴 비용은 3조6382억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입니다. 무분별한 신재생 보급과 가파르게 상승한 LNG 가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실제 지난달 LNG 수입 현물가는 1톤당 1258.3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6.2% 급등했습니다.
수요와 괴리된 신재생의 발전량 ‘미스매치’는 겨울철에 두드러집니다. 폭설이 내렸던 지난 15일 전력수요가 가장 높았던 오전 10~11시의 전력수요는 92.40GW였지만 태양광 발전 비중은 7.0%(6.49GW)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국내 태양광 설비는 자가용을 포함해 24GW 수준입니다. 특히 오전 10~11시 시간대는 태양광 발전량이 하루 중 2~3번째로 높은 시간대입니다. 이와 달리 전력수요가 낮은 봄철에는 태양광의 발전 기여도가 최대 20% 후반대까지 치솟습니다.
신재생 관련 계통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관련 발전을 강제 셧다운해야 합니다. 전력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출력 제어 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내륙과의 전력계통망 연결이 제한적인 제주 지역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신재생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한이 82건 단행됐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 발전과 관련해 최악의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중국 칭화대 등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태양광과 풍력 안정성의 지리적 제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 발전 안정성은 분석 대상 42개국 중 42위를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꼴찌입니다. 보고서는 해당 국가의 전기 수요를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모두 메운다는 가정 하에 전력 안정성을 연구했으며 우리나라는 해당 수치가 72.2%에 그쳤습니다. 반면 세계 최대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전력 안정성이 90.9%를 기록했으며 이어 캐나다(89.8%), 호주(89.5%), 이집트(88.2%), 미국(87.7%), 중국(87.5%) 순이었습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 연구원장)는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방향은 맞지만 발전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해 ESS와 같은 전력 계통 안정화 수단을 함께 늘려야 한다”며 “무엇보다 계절이나 시간대와 무관하게 값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을 중심으로 신재생과의 적정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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