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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공감·노사 신뢰·정부 의지…3박자 안 맞아 번번이 좌절"

[2023 신년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1부: 노동개혁 30년, 퇴로 없다-<1> YS서 文까지…노동개혁 왜 실패했나

■ 전문가 30인에 길을 묻다

이중구조 해소·사회적 약자 보호

尹정부 개혁 방향에 기대감 높아

勞 톱다운 아닌 현장중심 개혁 요구

經, 거북이 합의 탈피 속도전 주문

여야 평가 혼재 속 "국민이 결정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 통합 추진 성과 및 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집권 초기가 적기, 더 이상 미루면 미래는 없어” “정권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추진해야” “국민 공감과 사회적 대화는 필수.”

26일 서울경제가 내년 노동 개혁 30년을 맞아 노동 학계, 경제 전문가와 경영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등 30명에게 개혁의 방향을 물은 결과 이같이 답했다. 전문가들은 실패했던 과거 노동 개혁을 교훈 삼아 국민적 공감과 당사자 간 신뢰, 정부의 의지를 성공의 3박자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의 방향으로 이중구조 해소에 초점을 맞춘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재정 투명성 개선 등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아직 노동 개혁을 위한 방법론과 속도에서는 견해차가 컸다. 노동 학계와 노동계는 노동 개혁의 성공 요건으로 당사자 간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 개혁의 대상인 노동계를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영계는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더 이상 노동계에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의 인식 차이도 뚜렷해 결국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노동 개혁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勞), 불평등 만든 이중구조 해소해야…“생존 문제”=노동 학계와 노동계는 노동 개혁의 선결 과제로 정부가 목표로 세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꼽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낳은 고질병이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한림대 객원교수)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기업 규모, 남녀 임금 격차는 시장 매커니즘(원리)으로 개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촉발된 이중구조는 법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문제로 지적됐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노동자는 노동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고 약자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동 개혁이 ‘생존 요건(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동체의 존립(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등 절박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공장 시대의 낡은 노동법제를 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었다. 김희성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은 “전통적 노동법 패러다임의 획일적 규제를 유연하고 개별적인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 개혁은 어렵게 노사정 대타협까지 이뤘지만 결국 실패했다. 쉬운 해고로 불리는 양대 지침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추가 과제까지 꺼낸 정부 여당의 과욕으로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현 정부도 이 같은 과오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노동계의 동의 없는 노동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노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전반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조 밖)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확충이 개혁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처럼 톱다운 방식의 노동 개혁이 아니라 현장이 원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며 노동 개혁 전반에 대한 과정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경(經),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속도 개혁 주문=경영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노사정 합의를 통한 ‘느린 개혁 방식’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노동시장이 노동계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로 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의 균형을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게 형성됐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노동 현장이 노동자 우위로 바뀌면서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가 노동시장의 공정한 룰을 만들지 못하고 제대로 된 대화판을 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정부는 그동안 노조의 불법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경우가 많아 노사 관계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가 반쪽짜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사회적 대화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했다.

경영계는 ‘정부→노사정 합의→국회’로 이어지는 기존 개혁 방식에서 벗어난 실용적인 대안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을 비롯해 수많은 노정 관계·대화의 어려움을 정부가 어느 선까지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해 “노사정 합의가 되더라도 국회에서 논의를 다시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정 관계는 노조의 정치화를 묵인한 결과”라며 “이제 (과거와 같은) 노정 관계를 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좀 더 급진적인 노동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있었다. 노동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인 해고의 필요성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 상황이 어려운 기업은 정리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기업 고용이 경직적이면 기업 비용이 늘고 중소 하청 업체에 갈 수 있는 몫이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政), 노동 정치로 개혁 평가…이견 확연=여야의 노동 개혁에 대한 관점은 확연하게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임금·근로시간을 중심으로 한 노동 개혁 과제로는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조장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를 대변했다. 특히 화물연대 총파업 엄정 대처 등 일련의 정부 대응을 놓고 반노동을 조장해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 정치 영역으로 판단했다. 야당은 노정 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노동 개혁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양대 노총(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불법 조장 또는 개혁을 가로막는 단체로 규정한 시대착오적 발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주영 민주당 의원도 “역대 보수정권은 정부 스스로 개혁하지 않고 노동을 개혁 대상 또는 정쟁의 도구로 활용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현 정부에서 노동 개혁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라며 힘을 싣겠다는 각오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같은 노동시장의 병폐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노동 개혁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의 개혁 방법과 속도는 야당보다 급진적이고 빠르다. 여당은 노동조합의 재정 등 노조의 건전한 기능을 회복하는 데 우선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불거진 강성 노조의 회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잣대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노사의 희생이 따르는 노동 개혁을 (그동안) 노동자의 양보로만 바라본 탓에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노동 개혁의 동의는 (노동계가 아니라) ‘국민’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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