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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실적 3분의 1 토막…국정·민생에 절망만 안긴 국회

[일 안하는 입법부]

여소야대 정국 속 대화·타협 실종

5개월간 통과 법안 612개에 그쳐

의원들 법안 발의도 500개나 뚝

일몰법안 재논의 목소리 높지만

'李방탄' 논란에 與 1월국회 난색

28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권욱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7월 4일 21대 후반기 국회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국회로 만들겠다. 갈등으로 절망을 키우는 정치가 아니라 협력으로 희망을 만드는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후반기 5개월간의 법안 통과 실적은 20대 국회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법안 발의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는 사이 여야 대치 정국은 ‘대선 2라운드’라고 불릴 정도로 극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을 뒷받침하고 민생경제 위기를 수습해야 할 국회가 협력으로 희망을 만들기는커녕 분열로 절망만 안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772개→612개…20대 국회 3분의 1 그쳐=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후반기 국회(2022년 7월 4일~2022년 12월 30일)에서 통과된 법안의 수는 612개(대안 반영 폐기 법안 포함)다. 4년 전 20대 국회 당시 같은 기간(2018년 7월 13일~2018년 12월 30일) 동안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총 1772개였다. 법안 통과 실적이 3분의 1토막 나며 ‘일 안 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부진한 법안 통과 실적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가 실종된 탓이 크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인 169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법안들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본회의를 통과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주요 사안마다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렸고 민주당 역시 논의와 타협보다는 ‘독주’를 택해 여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법안 통과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을 놓고도 여야는 한동안 진통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원 구성이 마무리된 후에도 법안 심사는 첫 관문부터 삐걱댔다. 21대 국회 후반기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집 횟수는 84회로 20대 국회(109회)보다 적었다. 법안을 논의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가 입법부로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시한 내에 처리되지 못했다. 결국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기간을 훌쩍 넘겨 통과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준예산 사태를 막았다는 것에 안도해야 할 정도였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파 눈치 보기에 입법 활동은 뒷전=의원 개개인의 법안 발의 실적도 지지부진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동안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2904개였다. 20대 국회 같은 기간(3455개)보다 500개가량 줄어든 수치다.

의원들의 시선은 입법보다 계파에 쏠렸다.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국민의힘에서는 계파 간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친윤계’가 주축인 공부 모임 ‘국민생각’의 첫 번째 모임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115명)의 절반이 넘는 71명이 참석하며 세를 과시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이른바 한전법 통과를 위한 본회의에는 57명이 표결에 불참하며 거야(巨野)의 반대 표결을 막지 못했다. 국정 운영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여당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입법권을 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엄호에만 당력을 집중했다. 당의 핵심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은 최고위회의에서 ‘명(明)비어천가’만 외쳤고 이에 반대하거나 정부 여당과의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는 강성 팬덤에 의해 ‘수박’으로 매도됐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마다 발목을 잡았다. 법인세 감면은 민주당의 반대로 당초 목표치(3%포인트)보다 낮은 1%포인트 인하(24%)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린 양곡관리법은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원회에 배정하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떨어진 국회 효율…1월 국회는 ‘방탄’ 우려=21대 후반기 국회는 20대 때보다 더 많은 본회의(21회→25회)를 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주말에 소집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본회의 한 번에 최대 199개의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21대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108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50개 이상의 법안 처리도 버거웠다. 본회의 소집만 많았을 뿐 효율성은 떨어졌던 셈이다.

여야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내놓은 핵심 법안에 대한 성적표 또한 낙제점이었다. 국민의힘은 핵심 법안 10개의 연내 처리를 장담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4개에 그쳤다. 민주당의 7대 핵심 입법 중 해결된 과제는 단 한 개뿐이었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 법안인 △안전운임제 △근로기준법(30인 이하 추가근로제)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등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후약방문’일지라도 일몰 후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1월 국회 소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29일 MBC 라디오에서 “일몰 법안도 그렇고 국정조사도 다음 달 7일로 끝나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1월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돼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조 기간 연장과 북한 무인기 도발 관련 긴급 현안 질의 등을 공식 제안하며 사실상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1월 국회를 열려 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소환을 앞둔 이 대표에게 불체포특권을 주기 위해 임시회 소집을 한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2월 이전이라도 설을 쇠고 난 뒤 여는 것에 동의하지만 내년 1월 9일에 바로 임시국회를 하겠다는 것은 ‘방탄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1월 국회 소집에 난색을 표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된 한국 정치의 구조가 그대로 입법 부진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내년에도 여야 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지층만 보는 정치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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