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해 11월 파산에 이르면서 투자자와 자금이 탈중앙화 금융(DeFi) 및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이동하고 있다. ‘FTX 사태’가 바이낸스, 업비트 등 중앙화 거래소(CEX)를 향한 신뢰를 무너뜨리면서다. 국내 거래소는 늘어난 탈중앙화 수요에도 발맞춰 ‘개인형 지갑 플랫폼’을 신사업 카드로 꺼내들었다.
신민철 로똔다 대표는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투자 목적을 넘어 제 용도로 ‘쓰임’을 가지려면 결국 그 자산은 거래소 계좌가 아닌 개인형 지갑에 있어야 한다”며 “이달 말 전자지갑 플랫폼 ‘부리또 월렛’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똔다는 2021년 9월 빗썸이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자 자본금 5억 원을 출자해 설립 후 지분 51%를 보유한 자회사다. 대표직은 빗썸 신사업 개발실 상무를 역임한 신 대표가 맡았다.
로똔다는 ‘부리또 월렛’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대고객 서비스에 나선단 계획이다. 신 대표는 “한국은 유독 중앙화 거래소 집중도가 높은데, 시장이 건전해지려면 암호화폐가 NFT 등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개인형 지갑”이라고 말했다. 그는 “FTX 사태 이후 개인 지갑으로 자금이 넘어가는 추세가 보이지만 한국 유저에게 친화적인 지갑이 없어 국내에서는 지갑 이용 장벽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중앙화 거래소 거래량은 약 1800억 달러로, 일본 중앙화 거래소 거래량보다 약 200억 달러 더 많았다. 반면 디파이 규모는 일본(약 567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위해 로똔다는 기본 인터페이스를 ‘채팅방’ 형태로 꾸리고, 복잡한 지갑 주소 대신 연락처 기반 아이디를 쓸 수 있게 한단 방침이다. 채팅방 안에서 내가 누구에게 암호화폐를 보내는지 쉽게 확인하기 위함이다.
신 대표는 “한국어 서비스를 탑재해 언어적인 불편함 역시 해소할 것”이라며 “개인형 지갑이 활성화돼도 ‘원화 등 기존 화폐와의 매개체’라는 중앙화 거래소의 역할은 고정돼 있는 만큼 중앙화 거래소와의 시너지를 확보하는 데에도 역량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로똔다는 빗썸 고객이 ‘부리또 월렛’을 이용할 경우 자동으로 화이트리스팅이 되도록 시스템을 연결할 방침이다. 부리또 월렛이 커버하는 메인넷은 총 7개로, 이 역시 추후 확장될 예정이다.
한편 신 대표는 향후 이용자가 암호화폐뿐 아니라 다른 금융 자산도 부리또 월렛을 통해 관리할 수 있게 만들겠단 계획을 전했다. 신 대표는 “‘부리또’는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쌈처럼 싸먹는 멕시코 음식”이라며 “부리또처럼 로똔다 역시 궁극적으로는 주식 등 기존 제도권 금융 시장에 있는 상품도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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