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상고심사제를 도입하고 대법관 수를 늘리는 등의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이들 방안을 통해 재판 지연 등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다만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남겨져 있어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은 상고심사제를 도입하고 대법관을 4명 늘리는 내용의 ‘상고심 관계법 개정 의견’을 대법원장의 입법 의견으로 국회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사법행정자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진행해왔다. 또 법원행정처에 ‘상고제도 개선 실무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내부 의견을 수렴 과정도 거쳤다.
상고심사제는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 중요한 법적 쟁점을 담은 사건을 심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상고심으로 올라온 사건을 심사 전 걸러내는 제도다. 상고 사유가 인정되면 사건을 심사한다. 하지만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심사 없이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 이 경우 당사자에게 소송 인지대 절반이 환급된다. 민사 사건은 심사 기간을 4개월로 정하고 이후에는 기각 결정 없이 본안심사를 하도록 해 소송 지연을 방지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했다. 또 상고심사제가 도입되면 기존에 운영되던 심리불속행제도는 폐지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1994년 도입된 심리불속행은 특별한 사유가 없을 때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고 원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효율적인 상고심제 운영을 위한 취지로 도입됐으나 민사 상고 사건의 80%가량이 심리불속행 기각되고도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지 않아 그동안 충실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개정 의견에는 대법관을 4명 증원하는 안도 담겼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18명으로 늘릴 경우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 소부는 4개로 재편된다. 예산상 문제와 법 개정 당시 대통령이 한꺼번에 4명의 대법관을 일시에 임명하는 데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법관 증원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2년에 1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7명 단일로 구성된다. 전원합의체를 이원화할 경우 전원합의체 사이에 모순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상고제도 개선은 김 대법원장이 취임 때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사법부의 오랜 숙원 과제다. 하지만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해 올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최고법원이자 법률심으로서의 대법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상고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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