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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설득도 힘든데…日 구상권 포기 요구로 공 또 넘겨

[풀기 쉽지 않은 징용 실타래]

日 대위변제 방안에 긍정적이지만

韓 정부 수용 불가능한 조건 꺼내

구상권 先포기땐 여론 악화 불보듯

日측 사죄 표명주체·내용·방식 등

양국 핵심쟁점 두고 입장차 못좁혀





막바지에 다다른 한일 징용 해법 협상의 새 변수로 구상권이 떠올랐다. 한국 정부는 현재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국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피고 기업의 대법원 판결 이행 부담은 덜어주는 한편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를 골자로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구상권 포기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의 해법 마련 노력에 일본 측이 성의 있는 호응 조치로 화답해야 할 차례임에도 한국 측에 재차 공을 넘긴 셈이다.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일 외교 당국은 30일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고 관련 협상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정(왼쪽)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이 이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구상권 포기하면 日 기업 기부 용인”…일본發 보도 계속=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 정부가 구상 중인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대위변제 방안을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신은 28일 이같이 보도하며 “일본 정부는 재단이 배상금 반환을 피고 기업에 요구하는 구상권을 포기하면 뜻이 있는 일본 기업이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용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구상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는 이달 초중순 니시니혼신문과 교도통신·NHK 등 일본 언론에서 꾸준히 나왔다.

국내 재단이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변제하면 피고 기업들에 판결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구상권을 자동으로 갖게 되는데 한국이 이를 선제적으로 포기하라는 게 일본 측 요구로 보인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 기업의 재단 기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게끔 하려는 의도와 혹시 모를 한국의 구상권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구상권 선(先)포기 요구에 대해 국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절대 받을 수 없는 요구”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언론에서 이 정도 선에서만 거론해도 국내 언론과 여론 반응이 뜨거운데 정부가 구상권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며 “일본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도 “재단이 사전에 구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는다면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외에서 구상권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한국 정부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구상권 포기 여부는 한국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구상권 얘기를 자꾸 하게 되면 일본에 넘어간 공이 다시 우리한테 넘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높은 수준’ 사죄 계승 필요…피고 기업 참여도=구상권 문제 외에도 한일은 일본 측의 사죄 표명 주체와 내용·방식 및 피고 기업의 기부 참여 등 뚜렷한 쟁점을 두고 입장 차이를 여전히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에 대한 호응 조치로 과거 담화 계승 입장을 밝히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대한 높은 수준의 사죄 표명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해법을 발표하고 나면 문서 발표나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형식으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 담화’ 또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담화 모두 과거 발표 당시 한국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거나 주어와 목적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비판을 받은 만큼 일본 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최 위원은 “일본 정부가 과거 담화를 단순히 계승하겠다고 밝히면 가장 낮은 수준의 호응이 될 것”이라며 “총리의 입으로, 사죄에 대한 정확한 문구를 포함하도록 하는 게 한국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피고 기업 참여도 정부가 계속해서 요구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피고 기업의 재단 기부는 강제할 수 없다면서도 피고 기업이 아닌 ‘뜻이 있는’ 기업의 자발적 기부에는 열려 있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피고 기업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다.

외교 소식통은 “피고 기업 참여에 대한 한일 간 입장 차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이 부분은 정부도 국내 여론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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