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시달리던 미국 노동시장에서 최근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 우려로 전 업종에서 감원 바람이 불자 기업 운영의 무게추가 근로자에서 경영진으로 도로 쏠리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간) 각 기업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기회로 삼아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전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올해 우리의 테마는 '효율의 해'이며 더 강하고 민첩한 조직이 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이뤄진 1만 1000명 규모의 사상 최대 감원에 이어 추가 감축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몸집 줄이기’를 통한 비용 절감은 올해 메타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핵심 경영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팬데믹 시기에 적극적으로 고용하지 않던 기업들조차 이 시기를 기업 우선순위 재고에 이용하고 있다"며 사업 간소화, 잉여 인력 해고, 재택근무제 폐지 등을 속속 시행해 최대 효율을 꾀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세 역전의 기류는 빅테크 위주로 이뤄지던 구조 조정 추세가 소매업·금융업·물류업·제조업 등으로 확산되며 더욱 강해졌다. 최근에는 알파벳(1만 2000명 감원)과 IBM(3900명)은 물론 장난감 기업 해즈브로(1000명), 화학 기업 다우(2000명),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3200명)와 모건스탠리(1600명) 등도 줄줄이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계획은 10만 2943명으로 전년 대비 440%나 폭등했다. 결국 해고가 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의 안정성을 우려하기 시작함에 따라 저자세였던 CEO들의 입김이 거세졌다는 것이 WSJ의 평가다.
이는 구인난이 점차 완화된 한편 침체 우려는 커진 데 따른 변화다. CG&C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고용 광풍의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며 “기업들이 경기 둔화에 대비해 직원 수를 줄이고 채용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비농업 일자리 수는 지난해 12월 2년래 최소 증가 폭(22만 3000개)을 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도 18만 9000명 증가에 그쳐 재차 고용 둔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여전히 사측은 연착륙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며 "CEO 다수가 충원 없이 자리를 비워두거나 채용을 신중히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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