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인 지 하루 만에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중징계’ 관련 행정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행정소송 신청 시한이 임박해 나온 결정이기는 하지만 당국이 은행의 공공재적 측면을 강조하며 이사회부터 개선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직후라는 점에서 향후 ‘관치 금융’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개인 자격으로 당국의 중징계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행정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7일 “금융 당국의 라임펀드 관련 제재를 수용하고 행정소송은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사모펀드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추진해왔던 내부 통제와 금융 소비자 보호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혁신을 강화해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 일부 정지 제재를 결정하고 과태료 76억 6000만 원 부과 결정을 확정했다. 행정처분에 대한 소를 제기하려면 징계가 부과된 지 9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이날까지 결정해야 했다.
문제는 당초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이사진은 이달 초 열린 비공개 현안 간담회에서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파생결합펀드(DLF) 소송처럼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들은 뒤 우리은행이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새로운 우리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고 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대한 개선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법적 대응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제재안을 수용하면 부당 권유 확정으로 약 150억 원 수준의 배상금 추가 부담 발생과 배임 문제,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에서 불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국 징계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당국은 여러 차례 우리은행의 행정소송 제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18일 은행장 신년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회장이 와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정소송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면서 손 회장 등 현 임원진의 우리은행 행정소송 여부 결정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런 업계의 시각을 경계하고 나섰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올해 그룹 차원에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고 금산분리 규제가 개선되면 부수 업무 등 우리은행이 새롭게 도전할 일이 많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 회장도 중징계에 대한 법적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손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중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선회했다. 금감원 해외 금리 연계 DLF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라임펀드 행정소송도 유리할 수 있다는 점과 라임펀드 중징계가 확정되면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되는 점 등에 대해 장고를 거듭했지만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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