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려 잡았다. 전기료 인상 충격에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2%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 속 경기 둔화에 성장세를 간신히 이끌고 있는 소비 활력마저 떨어지는 분위기다.
9일 KDI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11월 제시한 기존 전망치와 같지만 여전히 잠재 성장률(약 2%)을 밑도는 수준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출과 투자 부진에 지난해보다 경기가 둔화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이전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세로 이어져 일시적인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며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은 수출과 고용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서비스 수출이 늘고 외식·관광 등 대면 서비스업이 호조세를 보이며 고용 시장이 다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을 1.6%에서 1.8%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8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올려 잡았다. 다만 중국이 감염병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이 심해지면 경제 회복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물가다. KDI는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2%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정 실장은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지난해 (고유가 등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시차를 두고 공공요금 등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 제외) 상승률도 3.3%에서 3.4%로 높였다. 고물가는 사람들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민간 소비 활력을 떨어뜨린다. 수출과 투자 부진 속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소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실제 KDI는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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