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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특허 도둑…'부산 동력' 기능성신발의 위기

경쟁사 기술 무단 도용사례 잇따라

특허권 사 짝퉁 만드는 中도 변수

1년새 업체 20%·종사자 18% 급감

"특허 침해는 제살 깎아먹기" 우려

관람객이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에서 신발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부산시




부산시가 신발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건 가운데 비슷한 기능에 상표만 다르게 부착한 기능성신발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허 침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국 신발업체의 절반이 포진한 부산 신발산업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부산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산 신발업체는 136개사로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3425명으로 17.9% 줄었고 출하액과 부가가치도 각각 11.8%, 7.7% 줄었다. 부산 신발업체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44.6%에서 39.8%로 떨어졌다.

고령층 등 특정 사용자가 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능성신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쟁사의 기술을 무단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장 전체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지역 기능성신발업체의 한 대표는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심화로 1~2개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가 상황이 어렵다”며 “과열 경쟁에 따른 특허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기능성신발 시장의 주도권을 해외 업체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허 침해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잇따르고 있다. 기능성신발 부품전문기업 아이무브는 최근 특허법원으로부터 A사의 특허가 아이무브의 특허 권리 범위를 침해했다는 결정문을 받아냈다. A사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아이무브는 현재 A사를 상대로 1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특허는 혈류 개선을 위한 진동장치가 탑재된 기능성신발이다. 아이무브는 진동판에 부착된 자석이 금속판을 움직여 진동을 발생하는 기술을 출원해 특허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후 A사가 이와 유사한 특허를 출원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김상구 아이무브 대표는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에서도 특허를 받은 장치로, 신발뿐만 아니라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도 적용할 수 있다”며 “A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한 만큼 우리 회사 특허를 모방한 다른 업체 6~7곳을 상대로도 조만간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또 다른 기능성신발 업체도 중국에서 디자인 등록과 발명 특허를 도용한 4~5개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특허를 도용해 유사품을 출시한 뒤 박리다매로 판매하거나 과장 광고를 통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특허 사냥꾼들이 활개를 치는 것도 부산 신발업계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원천 특허기술 등을 보유한 영세 업체가 자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품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저렴한 가격에 특허권을 매입한 뒤 짝퉁 제품을 출시한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핵심 특허를 팔아버리는 영세업체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기능성 신발 업계가 특허권 침해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김상구 아이무브 대표가 3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개발한 진동단자./사진제공=아이무브


기능성신발을 둘러싼 특허 침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과거 국내 신발 시장에서 화제를 모았던 ‘MBT신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명 ‘마사이워킹신발’로 불렸던 MBT신발은 2006년 한국을 비롯한 24개국에 판매되면서 연매출 6000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 국내에도 140여개 매장에서 판매해 연매출 400억 원을 올렸고 제품 대다수는 부산 지역 신발업체가 제조해 공급했다.

하지만 후발 업체들이 유사한 특허를 앞세워 소재와 구조를 소폭 변경한 수십종의 신발을 출시하면서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이어졌다. 이후 특허 소송과 각종 제품 불량 논란이 잇따르면서 고객들의 외면을 받아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산 지역 신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능성신발에 대한 시장 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특허권 소송이 더욱 확대되고 저가와 고가 제품이 뒤섞여 난립하면 부산 신발업체의 시장 지배력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차세대 신발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 못지 않게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영세 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특허권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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