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표인 아버지를 돕다가 친구를 따라 마신 와인이 인생을 180도 바꿨다. 20대 초반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 모국 호주 와인을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세일즈를 위해 수십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사업은 잘 됐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만든 와인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동업자와 3만 호주 달러(약 2600만원)를 투자해 1999년 ‘투 핸즈 와인즈’를 설립했고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매입해 본격 와인을 생산, 불과 5년 만인 2004년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남반구 최고의 와인메이커”라는 평가를 받았다. 투핸즈 와인즈 오너 마이클 트웰프트리의 얘기다.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투핸즈 와인은 가성비에 치중하는 호주의 대기업형 와이너리와 달리 좋은 품질의 포도를 엄선해 퀄리티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프리미엄 와인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의 니즈와 맞아 떨어져 팬데믹 이후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핸즈 와인은 호주 대표 포도 품종인 시라즈를 사용한다. 다만 같은 시라즈라도 호주 각 지역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세부 산지의 특징을 잘 구현해 내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한다. 지역 특색을 되도록 배제하고 기성품처럼 와인을 만드는 대형 호주 와이너리와 대조된다. 트웰프트리는 “직접 경작하는 포도밭에서 전체 포도의 3분의 1을, 호주 각지의 포도 농가 30곳과 계약을 맺어 나머지 3분의 2를 가져와 지역 개성을 살린 와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핸즈 와인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이다. 중소 와인 수입사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고 2017년부터는 신세계L&B와 거래 중이다. 트웰프트리는 “매년 9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해 미국, 캐나다 포함 7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 중 한국이 30%로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신세계L&B에 따르면 수입 첫해인 2017년 투핸즈 와인 국내 판매량은 4만5000병 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3만병으로 5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세계L&B가 수입하는 와인 브랜드 중 수입 금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도 투핸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엔젤스 쉐어’다. 올해는 B2B(기업간 거래) 시장을 겨냥한 싱글 빈야드 ‘홀리 그레일’ 시라즈를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파인다이닝·레스토랑·호텔 등 온 트레이드(On-Trade)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투 핸즈 와인을 하이엔드 프리미엄 와인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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