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단지는 미분양 통계에서 빼주세요. 낙인 효과가 두렵습니다.”
분양시장 한파가 이어지는 대구시의 미분양 아파트 단지들이 ‘미분양 통계’에서 빼달라는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 단지 10곳 중 8곳이 세부 내역을 비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미분양 통계 신고 의무화’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별로 공개 기준이 중구난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통계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2일 대구시 ‘12월 말 공동주택 미분양 통계’에 따르면 ‘업체별 현황’에서 세부 내역이 사라진 단지는 전체 63단지 중 49단지로 80%에 달했다. 시행사·건설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비공개 처리된 단지는 전체 미분양 물량에는 포함되지만 단지별 세부 사항을 알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이 같은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달성구의 한 아파트도 구청에 비공개를 요청했으며 이와 관련해 대구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미분양 신고는 의무가 아니다 보니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을 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 이 같은 행정 방침은 미분양 낙인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6만 8107가구)은 국토부가 위험 수위라 밝힌 ‘6만 2000가구’를 넘었는데 이 중 20%에 달하는 1만 3445가구가 대구시에서 발생했다. 올해 대구시 입주 예정은 3만 6059가구에 달해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는 등 주택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의 1%(953가구)만 발생한 서울시의 ‘미분양 통계-업체별 현황’에는 모든 단지들의 미분양 가구 수 세부 내역이 공개되고 있다. 시는 시행사나 건설사 자진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현행 미분양 통계 집계 방식은 자칫 ‘깜깜이 분양’으로 이어지거나 정책 오류로 번질 수 있다며 최근 국토부에 ‘미분양 신고 의무화’를 건의한 상태다.
‘미분양 통계’를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국토부는 저조한 분양 성적이 공식 통계로 집계될 시 ‘낙인 효과’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통계 공개에 신중한 모양새다. 실제 대전시가 지난달 미분양 주택 정보를 월 2회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국토부는 ‘미분양 주택 취급 주의 요청’ 공문을 보냈고 대전시는 해당 정책 한 달 만에 폐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미분양 통계를 둘러싼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미분양 집계를 자진 신고에 의지해오다 보니 성실하게 신고한 업체만 손해를 보고 수요자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통계가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 자체는 의무화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 인구 대비 미분양 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올 시 지역총량만 공개하는 등 세부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