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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李 체포동의안과 양심 투표

헌정 첫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 표결

李,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출석해야

정치보복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것

의원은 양심투표로 역사 바로세워야





1992년 3월 육군 보병 소대장 이지문 중위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에서 제14대 국회의원선거의 군부대 내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일어난 부정행위를 폭로했다. 정치 중립에 역행하는 교육, 중대장 등이 지켜보는 데서 이뤄진 공개 기표 등 부정행위를 낱낱이 공개했다. 이 중위는 부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이등병 강등과 더불어 불명예로 제대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1992년 대통령선거부터 군부대 내 부재자투표가 영외투표로 바뀌었다. 양심에 따른 투표권 행사의 진전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큰 몫을 했다. 그는 나중에 파면 처분 취소 소송, 국가배상신청 등을 통해 명예도 회복했다.

양심에 따른 투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현대 많은 민주국가들이 보통·평등·직접·비밀 투표 4대 원칙에다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자유 투표 원칙을 추가해 선거의 5대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 헌법은 제46조 2항에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114조의 2항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구체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임박했다. 법무부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체포동의요구안을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21일 국회로 보냈기 때문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 보고한 후 27일 표결할 예정이다. 제1 야당의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체포특권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의원들의 독립적인 의정 활동 보장을 위해 도입됐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범죄 수사 방탄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특히 이 대표는 이런 문제를 인식해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기를 공약했다. 2017년 성남시장 시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해 “아무리 권세가 높고 많이 가져도 죄를 지으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선 공약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취지로 한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스스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고 공당의 대표라면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범죄 혐의가 사실인지와 정치 보복, 야당 탄압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에 대해 당론이 아닌 자율 투표를 결정했지만 ‘완벽한 부결’을 위해 내부 결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당내 의원들을 연쇄 접촉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고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강도 높은 발언으로 부결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의석이 169석에 달하는 만큼 최소 28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오지 않으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자율 투표로 진행되더라도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대표의 지위를 감안하면 찬성 투표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년 예정된 총선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 과거 이지문 중위가 양심 선언으로 민주주의 실현을 앞당겼듯이 ‘양심 투표’로 역사가 바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저지른 토착비리 혐의에 대한 법의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비슷한 행태가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똬리를 틀 것이다. 국회법은 제112조에서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기명 투표에서도 양심에 근거한 투표를 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표를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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