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의 2월 기준금리 결정을 코앞에 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고조되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금통위로서는 급격한 경기 둔화로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지만 미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0원 오른 1304.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16일(1305.4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3원 오른 1306.2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이 축소됐으나 결국 1300원대에 안착했다.
이날 환율이 두 달 만에 1300원을 돌파한 것은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이에 외환 당국은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예상하지 못한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변화와 과도한 환율 움직임 등으로 금리 결정을 앞둔 금통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금통위 결정은 금리 인상 파급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동결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의 소비·고용 지표 등이 예상보다 견조하자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변수가 많아졌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기대인플레이션이 3개월 만에 4%대로 진입하는 등 물가 불안도 여전하다. 이창용 총재는 21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한두 달 사이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생겼다”며 금리 결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대외 건전성 불안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준비자산 대비 단기 외채 비율은 39.4%로 전년 말 대비 3.8%포인트 상승해 2011년(45.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환율 불안 시기에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서 준비자산이 400억 달러 줄어든 영향이다. 앞으로도 미 연준의 긴축 변수에 예상치 못한 환율 불안,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 대외 건전성 불안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통화정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2월 금통위를 인상 같은 동결로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이 총재가 1월 금통위 때 국내 여건을 보고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한 발언을 유지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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