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웹드라마 ‘더글로리’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극중 등장한 알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텐데요.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준비 중인 문동은(송혜교)이 주여정에게 처음으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죠. 약의 정체는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입니다. 문동은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의사 주여정에게 약의 용도를 물어보는 장면도 제법 비중있게 등장합니다.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와 마찬가지로 음경 해면체에 분포하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리기전을 나타냅니다. 동맥 확장을 통해 음경으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발기부전 증상을 치료하는 원리죠, 그런데 더글로리 시즌2 공개가 다가오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시알리스의 용도에 대한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극중 마약 중독자로 등장하는 이사라에게 시알리스의 부작용을 이용해 복수하지 않겠냐는 추측도 등장했는데요, 이사라의 직업이 화가인 만큼 시알리스를 먹여 시각 부작용을 유도하려는 논리입니다. 사실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안과학 저널에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남성은 안과질환 발생 위험이 85%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거든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2006~2020년 미국 보험료 청구 데이터를 이용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한 남성 21만 3033명을 분석한 결과 약물 복용 횟수가 많을수록 망막정맥폐쇄·허혈성 시신경병증·장액망막박리 등 3가지 안과질환 중 1가지 이상을 경험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당시 분석 대상에는 시알리스 뿐 아니라 비아그라, 레비트라(성분명 바르데나필), 스텐드라(성분명 아바나필) 등 다양한 PDE-5 억제제가 포함됐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알리스의 약물수용체인 PDE-5 효소가 음경, 전립선, 방광 등 골반 주변 장기에 널리 분포하긴 하지만 눈을 비롯해 신체 여러 조직에도 존재하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눈의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도 동반하기 때문에 그러한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거죠. 학계에서는 눈 관련 부작용 가능성이 제법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당뇨 환자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가급적 복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죠. 사실 발기부전 치료제 자체가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한다면 별다른 염려를 할 필요가 없는데요, 문제는 여전히 '어둠의 경로'를 통해 불법 유통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도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관에 적발된 시알리스 브랜드의 지식재산권 위반 물품 규모가 848억 원에 달했습니다. 롤렉스(3065억 원), 루이비통(2197억 원), 샤넬(974억 원) 등 명품 브랜드에 이어 4위에 올랐을 정도죠. 이미 시알리스와 비아그라는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가 만료되어 제네릭의약품 수십여 종이 판매 중입니다. 성분은 동일한데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오리지널 시알리스보다 '센돔, 구구' 같은 제네릭이 더 많이 팔릴 정도죠. 혹시 모를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식 처방을 받길 권해드립니다.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드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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