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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난방 꺼진 '냉골방'…"양말 껴신고 난로로 버텨"

'난방비 폭탄' 고시원 가보니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게 보내"

개인 난방기구 몰래 들여 사용

소화기·창문 없어 화재위험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고시원 방에 고시원에서 제공한 개인용 난방기가 24일 놓여 있다. 황동건 견습기자




21일 찾은 서울 노원구의 한 고시원. 총무 A 씨의 안내를 따라 들어선 복도는 신발을 벗은 채로는 디디기 어려울 정도로 냉골이었다. 바닥에 손을 대자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난방비가 오르며 중앙난방이 끊긴 탓이었다. 방 뒤편의 통로를 지나다니는 거주자들도 두꺼운 양말을 여러 겹 겹쳐 신고 슬리퍼까지 챙겨 신은 채 고시원 안을 거닐었다.

A씨는 “난방비가 급격히 올라 중앙난방을 해제한 채 방마다 난로를 지급한 상태로 겨울을 났다”고 전했다.

2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곳곳의 고시원들은 대부분 중앙난방 가동을 줄인 채 겨울을 보냈다. 몇몇은 중앙난방을 아예 해제했다. 일부 가동하기도 했으나 오전·오후 한 시간씩 특정 시간으로 한정해 실내 어디에나 한기가 가득했다. 중앙난방 가동이 어렵자 대부분이 개인 난방 기구에 의지했다. 화재 발생 우려에 일부에서 ‘개인 난방 기구 사용 금지’라고 써붙여놓기는 했으나 떨어지는 실내 온도에 사실상 온열기·전기장판·난로 등 개인 난방 기구 사용을 허용했다.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에서 총무로 일하고 있는 B 씨는 “중앙난방은 난방비 부담 때문에 예년보다 약하게 하고 있다”며 “대신 방마다 전기 매트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고시원에는 창문이 없었고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인근에 위치한 다른 고시텔은 중앙 보일러를 오전 8~9시, 오후 3~4시로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만 가동하며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22일 동대문구 용두동 한 고시원에서 소화기를 방마다 두는 대신 복도와 신발장 한편에 배치했다. 황동건 기자


개인 난방 기구에 의존해야 하는 고시원과 같이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은 거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C(28) 씨는 “난방이 잘 되지 않는 데다 고시원에서도 사용하려면 사용하라는 분위기라 줄곧 전기 매트를 쓰고 있다”며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은 고시원에서 온열기도 지급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고시원에 살고 있는 20대 거주자 D 씨도 “중앙난방이 돼도 이전보다 추워서 온풍기를 몰래 들였다”며 “들키는 경우를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주인이 내보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시원에서 개인 난방기 사용이 늘고 있으나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경제가 찾은 몇몇 고시원은 소화기 등 화재 방지 기구를 찾기 힘들었다. 일부는 개인 난방 기구를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공지하고 있었으나 방에는 창문조차 없었다. 화재 대비책은 신발장 옆에 놓인 소형 소화기 3대가 전부였다. 특히 서울시가 취약 시설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1년여 전 규정을 제정하기는 했으나 예전에 지어진 고시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가 2021년 12월 공포한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에 따르면 화재 방지를 위해 고시원 방 면적은 최소 7㎡ 이상 돼야 하고 건물 밖으로 뚫린 창문을 설치하는 게 의무다. 그러나 이는 2022년 7월 이후 신축 또는 증축되는 고시원에만 적용돼 그 이전에 지어진 고시원에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시원이나 쪽방촌의 경우 전열 기구 사용이 일반화돼 있고 난방비 증가로 전열 기구 사용이 느는 것을 임의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개인 공간을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난 취약 계층에 소방이나 관할 지자체가 전기 사용 안내 등을 시행하는 것은 표면적인 대책이고 사실상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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