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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금리담합 손본다지만…"고물가에 기업 옥좨" 우려도

◆공정위, 통신3사·은행 현장조사

통신시장 경쟁 제한 여부 살피고

은행엔 고객 수수료 담합 등 조사

인플레에 여론 달래기 행보로 해석

尹 "카르텔 깨야 공정한 시장 가능"

일각선 "공정위, 정권 도구로 전락"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라”고 지시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은행과 통신사에 대한 동시다발적 현장 조사에 나선 것이다. 난방비 폭등을 비롯한 물가 상승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기업 팔 비틀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은행이 예금·대출 금리 차이나 고객 수수료 등을 담합했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다음 달 3일까지 은행권의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

공정위 시장감시국도 이날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독과점 사업자인 통신 3사가 불공정거래 행위로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단말기 장려금, 고객 지원 등에 관해 자회사와 비(非)자회사를 차별 취급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모니터링해왔다.

이번 현장 조사는 23일 윤 대통령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현안 보고를 받고 금융·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유발하는 과점 체제의 지대 추구 행위를 억제할 방안을 확실히 강구하라”며 “금융·통신은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로 이런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힘없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연세대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카르텔을 깨야 자유가 존중되고 공정 시장이 가능해진다”고 거듭 말했다.

정부는 통신 3사의 과점 체제 유지로 통신 품질과 요금,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경쟁이 사실상 멈춰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통신사별로 이동통신 요금제에 큰 차이가 없어 실질적인 국민 선택권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고 이를 성과급·퇴직금 등으로 나눠 갖는 것도 문제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금융·통신 때리기’는 고물가로 악화한 여론을 다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생필품 가격부터 전기·난방 등 에너지 요금까지 급등해 서민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로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각각 3.5%, 3.6%로 예상했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탓에 국내에서도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전날에는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이 병당 6000원대로 오를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실태 조사를 벌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공정위가 진행한 금융·통신 관련 담합 조사 사건 대다수가 ‘무혐의’ 판단을 받은 상황에서 무리한 조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공정위는 국내 시중은행 6곳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을 4년이나 조사했지만 2019년에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가 지난 5년간 조사한 통신 3사 또는 계열사 간 담합 사건 6건 중 4건도 무혐의 처리됐다. 특히 그중에서도 통신요금 관련 담합은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정권의 압박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KT그룹의 물리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을 현장 조사했다. KT텔레캅은 KT가 지분 87.7%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일각에서는 구 대표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구 대표의 연임을 적극 반대하면서 결국 구 대표는 23일 연임을 포기했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 만큼 공정위 조사가 과거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정위의 한 전직 관료는 “기업을 판다고 해서 없던 혐의점이 나오는 건 아닌데 공정위가 독립성을 보호받지 못한 채 정권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권이 ‘조사하라’고 해서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에 나서다 보면 무혐의나 패소 등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 결국 조직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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