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호(사진)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3일 “예탁원 업무에 관심이 있어서 사장직에 지원했다”며 첫 출근길 저지에 나선 노동조합을 향해 윤석열 정부 ‘낙하산’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이 사장은 이날 부산 본사에 진을 친 노조가 “비전문가이며 관련 경력이 없는 실장급 연구원이 어떻게 예탁원 사장이 됐냐”고 질문하자 “예탁원 업무에 관심이 있어서 사장직에 지원했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임됐다”고 답변했다. 제해문 예탁원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50여 명의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부산 본사 앞에 집결해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8시 30분께 본사에 도착한 이 사장은 10여 분 간 노조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뒤에야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이 사장은 노조에 “'친구 찬스'를 쓰지 않았다”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6학번 동기라는 학연 덕분에 사장직을 꿰찼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또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신임 사장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이 사장은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 출신으로 자본시장 관련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도 지난달 22일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와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이사 등 전문가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예탁원은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 사장 선임 안건을 최종 의결했고 금융위원회도 지난 2일 아를 승인했다. 이 사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2026년까지 3년간이다.
예탁원 노조는 그간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이 사장 선임을 적극 반대해 왔다. 노조 측은 이 사장이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점이 사장 선임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은 바 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이 사장은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경력 때문에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자회사 NH투자증권(005940)이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예탁원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수천억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인 탓이다. 잡음이 일자 이 사장은 지난달 17일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노조 측은 앞으로 계속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 위원장은 “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대선캠프 인수위원을 지낸 데 따른 ‘보상’이라는 의혹을 거둬들이기 힘들다”며 “사장 측에서 직원들의 불신을 거둬들일 만큼의 의지를 보일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downright@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