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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Insight] 통신강국 코리아에 '원팀'은 없었다

윤민혁 IT부 기자

SKT·KT, MWC서 AI·DX 선도

과기정통부선 국장급도 참석 안해

개막 첫날 공정위, 이통3사 정조준

KT대표 선임엔 '감놔라 배놔라'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은 한국이 ‘통신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올해 전시의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이었다. SK텔레콤과 KT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통신사보다 앞선 AI·DX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5세대(5G) 이동통신 활용 방안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던 글로벌 통신사들도 올해는 AI·DX를 앞세웠지만 이미 지난해 국내 통신사들이 소개한 내용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국뽕’이 아니다. 실제 나흘간의 전시 기간 동안 SK텔레콤 부스에는 팀 회트게트 도이치텔레콤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포함,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CNN·CNBC·AP·AFP 등의 외신도 SK텔레콤 부스를 취재하며 AI 사업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은 정책 측면에서도 글로벌 통신 이슈를 선도했다. 올해 행사에서 최대 화제였던 망 사용료 의제 또한 한국이 가장 먼저 꺼낸 이슈다. 망 사용료 논란은 행사 첫 기조연설은 물론 각국 장관급 회의 주제로도 선정돼 격론을 불렀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망 이용 대가 관련 법안의 도입을 시도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행사 기간 내내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초 연설이 예정됐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관절염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고 국장급 이상의 고위 관료도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 마련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통신 업계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 진흥을 위한 행사에는 불참한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사의 고위 관계자는 “안에서는 미운 자식이라도 밖에서는 내 새끼 아니냐”며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 기관이지만 과기정통부는 산업 진흥이 주된 기능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토로했다.



MWC 2023 전시장에 마련된 SK텔레콤 부스에는 나흘 간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행사 개막일인 지난달 27일 들려온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신 3사와 유관 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 소식에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수많은 인력이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동안 이뤄진 ‘빈집 털이’ 식 조사에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듯 했다. 출장단이 귀국하자마자 접한 소식은 더 놀라웠다. KT지배구조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차기 대표 쇼트리스트에 외부 인사가 없다는 이유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여당 의원들이 ‘이권 카르텔’을 운운하며 비난한 데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민간 기업의 대표 후보자가 모두 전·현직 임원인 것을 문제 삼는 것도 난센스지만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를 운운하면서 20년 전에 민영화한 기업의 지배구조에 개입하려는 정권의 모순적 행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앞서 연임을 시도하던 구현모 대표가 외압으로 낙마하면서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30대 주주와 노동조합으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대표이사상에 대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주들이 KT 차기 대표에게 요구한 역량은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에 대한 전문 지식, KT 관련 업무 경험 및 입증된 경영 능력,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 역량 등이다. 자산 규모 40조 원의 재계 12위 기업집단, 연결 회사 86개와 종업원 2만 명의 ICT 기업의 대표에게 필요한 역량이 이것 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 싶다.

고금리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이자와 통신비 부담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고 싶지 않다. 은행과 통신사들도 고통을 분담하며 이번 기회에 보다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고 소비자 후생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겉으로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주인 없는 회사’에 친(親)여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는 의도가 있다면 포기했으면 한다. CEO 리스크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KT의 기업가치는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8월 3만 93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3만 원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대통령실이 2일 KT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국민들의 손해를 걱정했지만 이미 수십만 명의 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큰 손해를 봤다. KT의 기업가치를 높일 CEO가 선임돼 국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고 글로벌 ICT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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